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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누 Jun 18. 2021

책 읽기에 관하여

우리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 지려면

"얘들아, 책 좀 읽어 !, 맨날 게임하고 만화만 보지 말고 !"


 요즘 제가 집에서 아이들 한테 종종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때론 언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책이 재미 없나 봅니다. 당연히 그럴겁니다. 책이 주는 자극은 게임이나 TV에 비하면 너무나도 잔잔합니다. 그나마도 책으로 부터 오는 자극은 집중을 해야 얻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책 읽기를 멀리하고 어렵게 느낄까요? 


 그 첫번째 범인은 아마도 스마트폰일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은 커녕 휴대폰 자체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다이얼를 돌리는 전화기가 전부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게임을 하려면 용돈을 모아서 소위 '오락실'이라는 곳에 가야했습니다. 좀 어둡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TV도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방학 때면 정말 심심했습니다. 친구들과 밖에서 야구나 축구를 하지 않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너무나도 '혼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늘 스마트폰이 손 안에 있으니까요. 메세지가 끊임없이 옵니다. 언제든지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손에 자극으로 가득찬 요술 방망이가 쥐어져 있습니다. 


 두번째는 마음이 이미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어 있는 것 같은데 채워져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갑니다. 그래서 마음도 늘 분주합니다. 불안과 걱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틈새에 자극적인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책읽기는 마음을 채우는 일입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희뿌연 것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진지한 경험담과 이야기(책)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단단하고 질퍽한 것이 채워져 있다면 삶에 쓸모라도 있을 겁니다. 휘휘 저어버리면 사라자는 허상이 가득 차 있는데, 그것 때문에 책이 파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세번째 독해력의 심각한 저하를 들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죠. 저자의 생각이 '글씨'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을 읽고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는 일이 독서입니다. 현대인들은 긴 글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각자 최근에 읽었던 가장 길었던 글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까요? 스마트 폰으로 읽은 기사마져 우리는 꼼꼼히 읽지 않습니다. 기사 중에 숫자라도 보일라 치면 미끄러져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심각한 독해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책에 흥미를 느끼려면 저자가 내어 놓은 길 위에 올라서서 뚜벅뚜벅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독해력은 필수가 되는 것이죠. 한 페이지만 읽어고 그 길을 잃고 마니, 다음 장은 너무나 멀어지게 됩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케팅 용어 중에 '케즘'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세상에 나오면 소위 얼리어댑터들이 먼저 받아들입니다. 얼리어댑터층을 지나 일반 대중들에게 파고 들어야 성공적이 되는데, 얼리어댑터와 일반 대중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때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출이 하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케즘'이라고 합니다. 케즘을 극복하고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정확한 타겟을 정하는 것입니다. 목표 고객을 좁혀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들고 점점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이죠. 독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재미난 책'부터 읽는 것이죠.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늦출 만큼 재미있는 책을 하나 만나보세요. 그럼 그 책으로부터 또 다른 책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아이가 점점 딱딱한 음식을 먹게 되듯이 어렵고 두꺼운 책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록 답은 늘 간단하고 본질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의 문제이죠. 이번주 서점에 들러 가장 재미난 책을 골라 밤잠을 설쳐 보시기 바랍니다.


 두번째로 '함께 읽기'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소리치고 윽박지르면서도 정작 부모님들은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거나, 티비를 시청합니다. 일단 거실의 티비를 꺼야합니다. 그리고 식탁에 둘어 앉아 보세요. 하루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함께 나누고,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처음부터 함께 책 읽기가 힘들다면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 숙제를 하는 동안 부모님들이 책을 먼저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텍스트에 집중하는 시간을 함께 갖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번째, 주기적으로 서점에 아이들과 함께 가보세요. 요즈은 코로나로 서점에 오래 머물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그렇지만 서점에 가면 의외로 볼 것이 많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문구류도 있고, 다양하고 예쁜 장식품을 볼 수도 있지요. 서점에 그렇게 자주 가다보면 스치면서라도 책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고르는 경험을 시작한다면, 더 나은 독서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나의 의식을 집중하고 작가의 생각 운동장에서 뛰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나의 주의를 끌기 위해 수많은 컨텐츠들이 제공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죠. 어렵기에 더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일이 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없어지고, 찰나의 자극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우리들이,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찾아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책읽기보다 더 좋고, 가성비가 뛰어난 활동을 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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