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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누 Jun 26. 2021

나의 아저씨

모두가 외로운 이 시대에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위로 한다는 것

스포주의 : 본문은 '나의 아저씨'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읽고 싶고 보고 싶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됩니다. 시간이 없다고 스스로 핑계를 대기도 하고, 왠지 모를 마음의 벽이 시작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나의 아저씨'는 저에게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16부작 드라마를 꼭 1회부터 꼼꼼히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나의 아저씨'를 저는 그렇게 아껴 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삶의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 올 때까지 기다린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여 하루의 휴가가 주어진 날 아침부터 '나의 아저씨'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박동훈'과 '이지안'에게 한걸음씩 다가갔습니다. "그대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 지안(至安), 박동훈의 마지막 대사로 '나의 아저씨'는 끝이 납니다. 좋은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은 사람을 바꿔 놓기도 하지요. '나의 아저씨'는 저에게 그런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둘이서 살아온 이지안, 늘 빚쟁이의 협박과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왔습니다. 중학생 때 할머니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던 사채업자를 죽였고,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지만 이미 지안의 삶은 너무나 어둡고 힘들어져 있었습니다. 대기업 부장 박동훈, 대학 후배이자 변호사인 와이프가 있고, 하나 있는 아들은 미국에 유학을 갔습니다. 잘 풀리지 않았지만 끈끈한 형재애를 보여주는 형과 동생,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어머니가 늘 그의 삶에 얽혀 있습니다. 동훈과 지안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힘겹게 견디며 살고 있었습니다. 지안은 동훈이 다니는 회사에 파견직 사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동훈이 다니는 회사의 대표이사는 대학의 후배이며 변호사인 부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대표이사는 동훈을 회사에서 내보내고 싶어합니다. 지안은 그런 대표이사에게 동훈이 회사를 나가도록 만들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지안은 동훈의 핸드폰에 도청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그의 모든 삶을 듣게 됩니다. 동훈은 회사에서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는 지안이 신경쓰이기 시작합니다. 퇴근을 하면서 사무실에 비치된 커피 믹스를 한 주먹 챙겨 나가는 지안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지안은 동훈을 회사에서 내보내기 위해 그의 일상을 엿들으며 그에게 접근합니다. 돈봉투 사건으로 지안과 엮이게 된 동훈은 한번 두번 지안과의 만남을 통해 지안이 살아온 삶을 바라보게 됩니다. 


 시작은 서로 다른 이유였지만, 둘은 서로의 삶에 다가갈수록 깊은 이해를 통해 스스로 위로받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후배이자 상사와 바람을 피우는 아내를 묵묵히 바라보는 동훈,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며 병든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지안, 둘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받습니다. 


 "나라도 죽였을거야." 동훈이 지안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광일에게 하는 이 말을 들으며 지안은 거리에 주저 앉아 통곡합니다. 지안이 동훈을 도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지안을 마주한 동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고맙다. 고마워. 내 그지같은 애기 다 듣고도 내 편들어줘서 고맙다." 지안은 오열하며 말합니다. "아저씨가 정말 행복했으면 했어요."


 '나의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별로라고, 나쁘다고, 가까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은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내 나름의 판단으로 둘러친 벽이 결국은 나 자신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을 전에는 미쳐 깨닫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공감한다는 것,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는 것의 의미를 '나의 아저씨'는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속 외로움은 누군가 나를 이해해 줄 때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할 때 치유될 수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책, 영화, 그림을 고전이라고 하기도 하고 명작이라도 하기도 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명작은 어떤 것일까요? '나의 아저씨'를 차분하게 보면서 내내 슬펐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저에게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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