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간단하게 먹을 때는 딸이 먹는 콘프레이크를 우유에 타서 먹곤 한다. 여기에 나만의 비법은 노란색 콩가루를 첨가해서 단맛, 고소한 맛을 유도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냉장고 냉동실에 있는 작은 통에 있는 노란색 가루를 듬뿍 두 세 스푼 덜어서 우유와 콘프레이크가 담긴 그릇에 넣고 휘저었다. 든든한 아침 식사와 고소한 맛의 하루를 기대하며 살짝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어라, 이게 뭔 맛이지? 평소란 맛이 다른데. 약간 쓴맛, 시린 맛이 난다. 콘프레이크에 무슨 다른 성분이 포함된 것인가? 뭔가가 상했나?' 하며, 다시 한 스푼을 더 입에 넣었다. 그 아린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상하다'하며, 습관대로 계속 스푼을 떴다.
나는 음식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남는 음식도 가능하면 먹어 치우는 스타일이다. 식탐도 있고, 거창하게 말하면 이 한 몸 희생해서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환경을 지키자는 생각도 조금 있다. 그래서 조금 상한 듯하거나 이상하다 싶어도 아주 이상하지 않으면 일단은 입으로 가져가고 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도 처음 해보는 것 같다. 정말 나는 그런 사람인가. 그런 식습관을 가진 사람인가. 나는 이상한가, 이상하지 않은가.
결국 '이상하다, 이상하다'하면서 아침 식사로 준비한 밥 한 공기의 콘프레이크를 다 먹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혹시 이거 '생강가루'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아린 맛 같은 것이 먹는 중에도 생강 느낌이 들었다. 생강 조각(절편)이 섞여 들어갔나 의심도 잠깐 했다. 그러면서도 그럴 가능성이 적은 데하며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강가루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상상력 빈곤?) 손과 입은 습관적으로 계속 자기 일을 했고, 목표한 대로 한 그릇을 마무리했다. 환경에 부담을 줄 일도 없게 됐다. 소신껏 철학을 실천했다. 그래도 찝찝한 것에 대한 결론은 내야 했다.
아이 엄마에게 물었다. 혹시 이거 '생강가루 아닌가? 맛이 이상하다.'라고 물었다. 아이 엄마가 '빵' 터진다. 속으로 '당했다.'라고 생각했다. 엄살로 반격했다. "이거 일부러 그런 거지."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 말이다.) 콩가루와 생강가루가 비슷한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겨서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구분 표시가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걸 모르는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타서 먹었고, 그동안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 계속 콩가루가 잡혔으니, 언감생심 '생강가루'는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바로 생강가루 통 뚜껑에 '생'자를 기입했다. 다시 당할 수는 없으니까. (설마 뚜껑을 바꿔 놓지는 않겠지!!ㅋㅋ)
마침 오전 중에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스레를 떨었다. "야,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마누라가 자꾸 공격을 해 온다.(생략) 너도 대비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