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숫자 vs. 돈이 되는 숫자
지난달 담당한 캠페인, 잘 됐나요?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CTR이 좋았어요"
"팔로워 늘었고요"
"좋아요 많이 받았어요" 라면,
그리고 그 숫자로 보고서를 썼다면.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해요.
마케팅 업계에 Vanity Metrics, 허영 지표라는 말이 있어요.
보기엔 좋은데 매출이랑은 별 상관없는 숫자들.
이 숫자들이 나쁜 게 아니에요. 문제는 이게 목표가 되는 순간이에요.
광고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죠.
CTR 잘 나오면 일단 안심되고, 보고서가 그럴싸해 보여요.
근데 생각해보면, 1,000명이 클릭했는데 아무도 안 샀으면 광고비만 태운 거잖아요.
실제로 CTR이 낮은 캠페인이 오히려 주문당 비용은 더 낮게 나오는 경우가 꽤 있어요.
숫자로는 졌는데 돈으로는 이긴 거예요.
CTR은 소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는 지표예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 대신 봐야 할 것: CVR(전환율) + CAC(고객 1명 획득 비용)
이 두 개를 같이 봐야 "이 광고가 실제로 돈이 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요.
클릭이 아니라 결국 얼마에 한 명을 샀냐가 핵심이니까요.
SNS 담당이라면 매달 신경 쓰이는 숫자.
2024년에 실제 있었던 일인데요.
팔로워 80만 인플루언서가 브랜드 광고를 했더니 매출이 약 400만 원.
팔로워 4만 5천짜리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같은 브랜드에서 1,100만 원이 나왔어요.
팔로워 차이 17배, 매출은 반대.
팔로워 수는 인기 척도예요. 매출 예측 지표가 아니에요.
→ 대신 봐야 할 것: 팔로워 대비 실제 전환 비율
팔로워 1만에 전환율 0.1%보다, 팔로워 1천에 전환율 3%짜리 계정이 훨씬 가치 있어요.
숫자가 작아 보여도 실제로 사는 사람 비율이 높다는 거니까요.
제일 기분 좋은 숫자고, 제일 조심해야 하는 숫자예요.
좋아요는 공짜잖아요. 살 생각 없어도, 관심 없어도 누를 수 있어요.
제일 무서운 건 "좋아요 많이 받은 콘텐츠 = 잘 만든 콘텐츠"라는 착각이 생긴다는 거예요.
조회수 올라가고 좋아요 늘었는데 사이트 유입은 그대로인 경험, 마케터라면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 대신 봐야 할 것: 브랜드 검색량 변화 (네이버 데이터랩, 구글 트렌드)
콘텐츠를 본 사람이 나중에 브랜드명을 직접 검색했냐 안 했냐.
이게 올라가야 광고가 기억으로 남은 거예요. 좋아요는 그냥 스쳐간 거고.
물론 이게 다 통용되는 얘기는 아니에요.
브랜드 인지도 확대가 목표인 캠페인이라면 도달수와 노출수는 당연히 중요하고,
소재 A/B 테스트 중이라면 CTR은 훌륭한 기준이 돼요.
결국 KPI는 하나의 질문이에요.
이 숫자가 우리 의사결정에 실제로 쓰일 수 있냐?
이 기준 하나만 가지고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면, 뭘 지우고 뭘 남겨야 할지 생각보다 명확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