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은 삐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
자유농장이 성사동에 자리 잡고 농사짓기 시작한 지도 어언 오 년이 지났다. 지난 오 년 동안 우리는 자유농장에서 다양한 농법을 실험해 가며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농사를 지어왔다.
그런데 지난달에 뜬금없이 구청으로부터 공문서 한 장이 날아왔다.
자유농장의 전체 면전은 천이백 평인데 이 가운데 오십여 평은 주차장으로 사용해 왔다. 자유농장의 주차장은 그냥 흙바닥으로, 여기에는 차만 대는 게 아니라 퇴비도 쌓아두고 낙엽도 쟁여둔다. 그런데 밭으로 써야 할 공간에 차들이 주차된 게 드론에 찍혔다면서 이는 불법 형질변경이니 원상복구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서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서 항의를 해보았으나 담당 공무원은 무조건 원상복구 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이 농사를 안 지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봤어도 농사짓는 사람들이 농장에 차를 대는 게 문제가 된다니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혹 농장의 절반을 주차장으로 사용한다거나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았다면 모를까, 자유농장의 주차장 바닥에는 마사토가 깔려있고 차량도 열 대 남짓 세워두면 그야말로 미어터진다.
백여 포 넘게 쌓여있는 퇴비와 낙엽더미의 사진을 찍어서 농장의 주차공간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이의신청도 해보았으나 담당 공무원은 기간 안에 주차장을 밭으로 만들어서 작물을 심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만 내세웠다.
결국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달 안에 돈을 들여 흙을 사 와서 주차장을 밭으로 만드는 공사를 강행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니까 다음 달부터는 농장 회원 전체가 외부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농장에 와야 하는 뚜벅이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웃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 농장만 그런 것이 아니고 동네 전체가 똑같은 문제로 시끌시끌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시정명령 내리는 일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실사를 나와서 사정을 들여다본 뒤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느닷없이 농장에 차를 세우면 안 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정 그게 싫으면 해마다 벌금을 내라니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이다.
더군다나 농업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생각하면 이는 그야말로 몰상식의 극치이다. 도시민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면 지자체는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그동안 전국 곳곳 대도시의 지자체들은 도시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고, 고양시에서는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가 부족한 대로 시의 지원을 받아 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묘하게 기류가 달라지더니 도시농업을 지원하던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아예 없어져 버렸다.
도시에서 농사짓는 일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다. 농사를 매개로 우리는 공동체 문화를 확산시킬 수도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다. 자유농장의 입간판에는 행복한 농사공동체란 수식어가 붙어있고,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농장에 모여서 함께 땀 흘려가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니 제발 부탁하건데 까짓 지원 따위 없어도 좋으니 산통이나 깨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