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 마지막 달을 맞은 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매년 12월이 되면 늘 아쉬웠지만 올 한 해는 그 의미가 더 깊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50이라는 나이의 끝자락이라 그건 걸까? 아니면 33년 직장 생활의 마지막 12월이라 그런 것일까? 매년 맞이하는 12월의 의미가 남달랐지만 특히 올해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스스로 특별한 12월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20년 가까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지 않던 집에 성탄절 분위기를 내고 싶어졌다. 아내도, 아들도 전혀 관심이 없지만 어릴 때 부모님 댁에서 성탄절마다 집안 장식을 하던 추억이 생각나 올 해는 크리스마스 장식 시늉이라도 하고 싶었다.
해외 직구로 성탄절 분위기 나는 테이블보, 벽걸이 장식, 벽에 거는 배너도 샀고, 테이블 매트도 가족 수만큼 샀다. 거실이 허전해서 자작나무 LED 모형 나무와 LED 양초도 샀다. 그리고 미니 트리도 구입했다. 혼자서 미니트리를 꾸몄다. 거실 곳곳에 성탄절 장식을 하고 조명까지 켜니 뿌듯했다.
작게나마 집 안에 성탄절 분위기를 내고 보니 성탄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남달라 졌다. 미니 트리의 불빛을 바라보니 지나온 올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고생했던 순간들, 역전세로 인해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하느라 힘들었던 일, 늘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갑자기 아프셔서 응급실 갔다는 이야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던 일, 미국과 서울 등 흩어져 있던 형제들과 부모님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1박 2일을 보냈던 시간들 등 크고 작은 일상이 떠 올랐다. 그리고 다시 시계를 거꾸로 더 돌려 추억의 시간이 생각났다.
대학 시절 나의 꿈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취업해서 직장인이 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남편이 되는 것,
자녀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것
남들에게는 '꿈'이라기보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이런 일상이 나에게는 '꿈'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했었다. 그때는 이것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가질 수 없는 것, 누릴 수 없는 것을 구한다고 생각했다.
60을 눈앞에 둔 12월에 지난 59년을 돌아보면 나의 특별했던 '꿈'이 하나씩 하나씩 이뤄지는 장면들이 선명히 그려지고 그때의 감동과 기쁨이 생각나 내면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 같다. 지금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용기를 내기보다 좌절하고 포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과거의 나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무모하게 기도하고 겁 없이 실행하게 했을까?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이 나로 하여금 홀로 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고, 도전할 수 있는 소망을 갖게 했던 것 같다. 스스로 날라리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면서도 뿌리 깊은 신앙의 유산은 나로 하여금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와 '믿음'을 잃지 않게 해 주었다. 그러기에 12월의 성탄절은 나에게 더욱 의미가 있는 날이다.
나는 전반전과 후반전의 삶을 완주했다. 나에게 있어서 성공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는 중요하지 않다. '완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요 '기쁨'이다. 인생은 60부터 라고하고 제2 인생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60 이후는 연장전이다. 나의 인생을 주관하는 룰을 만드신 그분이 특별히 나에게 허락한 덤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연장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답을 나는 아직 모른다. 이번 12월에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특별히 허락된 연장전 또한 그분의 룰 안에서 무모하게 기도하고 겁 없이 도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