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점심식사는 늘 혼자 한다. 이전에는 나도 직원들과 함께 무엇을 먹을까 매일 고민하며 식당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호흡기 장애를 가지게 되면서 식당까지 걷는 것도, 밥을 먹고 돌아오는 것도 숨이 차서 힘들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혼자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직원이 이직을 하게 되면 점심 식사를 할 때가 종종 있다. 헤어짐의 아쉬움 때문에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고 싶은 선배의 마음 때문인가 보다.
일주일 전이었다. 다른 사업부로 이동한다는 직원에게 사내 메신저를 보냈다.
“언제까지 나와요?”
“다음 주까지요.”
“그럼 다음 주에 커피, 점심식사, 저녁식사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
“우리 점심식사 해요.”
“언제가 좋을까요?”
“월요일이나 수요일 어떠세요?”
“월요일은 미팅이 있으니까 수요일로 해요.
식당과 먹고 싶은 것은 대리님이 정하세요.”
그리고 한 주가 지났다. 직원은 수요일 아침에 사내 메신저로 메시지를 먼저 보내왔다.
“오늘 점심 식사 잊지 않으셨죠?”
“그럼요.”
“아침에 갑자기 짬뽕이 먹고 싶어 졌어요.
'예원' 중국집 어때요?”
“좋아요.”
나는 점심시간 10분 전에 먼저 사무실을 나섰다. 음식점까지 회사에서 멀지는 않으나 천천히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점 건물 입구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먼저 나와 있으니 천천히 나오세요.
건물 앞에 있어요.”
잠시 후 직원을 만나 2층 식당으로 이동했다. 직원은 아침에 이야기한 것처럼 짬뽕을, 나는 새우 볶음밥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직원은 사업부 이동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쪽 사업부에 있던 선배가 자기와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없냐고 권유를 수차례 했었는데 이번에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사내공모라는 제도가 있다. 자기 부서에 필요한 인재가 있으면 모집 공고를 내고 자격이 되는 직원이 지원을 하고 면접을 봐서 합격을 하면 사내공모팀에서 지원자의 소속 사업부 인사팀과 지원자에게 각각 합격 메일을 발송하게 되고 지원자의 소속 사업부에서는 해당 직원을 보내 줘야 한다. 이 직원도 이동할 사업부에서 사내공모를 게시했고 그것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사업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젊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아 여러 번 설득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이동하기로 결심을 했다며 당당한 각오를 말했다.
사업부 입장에서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크지만 직원의 의지가 강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진심으로 잘 되었다고 격려해 주었다. 직원은 이곳이 첫 직장이었고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기에 일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는 섭섭함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하지만 퇴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주 뵐 수 있을 거라며 밝게 웃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시계를 보니 아직 점심시간이 15분이나 더 남아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옥상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더 수다 떨다가 사무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말했다.
“우리 4년 만에 처음 같이 밥 먹었네.”
“진짜요?”
늘 같이 있기에 오늘도 내일도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같이 밥 먹는 것조차 ‘다음에 하지 뭐’ 라며 미루다 보니 4년 동안 함께 식사 한 번 못한 것이다. 함께 있기에 소홀하기 쉽고, 함께 있기에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쉽다.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챙겨주고 싶고, 붙잡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헤어질 때라도 매콤한 짬뽕 한 그릇 사 줄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