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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May 24. 2023

에필로그

수학여행(10)




생애 첫 여행이 되었던 초등학교 6학년의 수학여행.


나는 세상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인큐베이터 속의 아기처럼 살았다. 뛰지도, 걷지도 못했고 엄마의 등에 업혀 등하교를 해야 했다. 조금씩 걷게 되었을 때도 책가방조차 내 힘으로 들 수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을 바라보며 밤새워 울기도 많이 했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가족의 손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울부짖었었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나도 세상에 나갈 수 있구나."


조금 힘에 부치고 힘들어서 남의 손을 잡아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남의 등을 빌려야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이 나에게 기적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에 '용기'라는 선물과 '경험'이라는 희망을 주셨다.


나의 상황이 바뀐 것은 없었지만 그 이후 나의 학교 생활은 이전과 달라졌다. 학업에 열의가 생겼고 친구들과 더욱 우정이 깊어졌다. 교실에서 말 한마디 잘하지 않던 내가 떠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지도위원으로 선출되어 다른 지도위원들과 함께 학급을 위해 애쓰기도 했다.



결혼식에 참석하신 담임 선생님

그 후 시간이 흘러 1994년 10월 담임 선생님을 나의 결혼식에 초대했다. 당신이 업어서 키운 제자가 건강하게 자라서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였다. 선생님은 흔쾌히 참석해 주셨다. 결혼식장에서 선생님을 소개했다.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셨다. 1977년의 모습 그대로셨다.


결혼한 이후 다시 뵙지는 못했지만 이번 5월을 맞아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다.  수학여행의 추억을 소환하며 다시 그때 일을 그려보니 더 많이 보고 싶어 진다. 그리고 흔쾌히 도와준 반장과 우리 반 친구들이 그립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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