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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May 23. 2023

엄마가 보고 싶다.

수학여행(9)




기대와 걱정으로 떠난 지 벌써 사흘 째,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보냈던 시간만큼이나 몸은 많이 힘들고 지쳤다. 

얼른 집에 가서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부모의 손길 없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은 적은 없었다.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엄마가 보고 싶다.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였다.


드디어 기차는 부전역에 도착했다.


어머니가 일찍부터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셨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를 보자 어머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 고생했다며 엄마가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온 가족이 내가 무슨 국위선양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뜨겁게 맞아 주셨다.

모두가 나를 보내 놓고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다.


나는 오자마자 여행 가방을 풀었다. 경주에서 사 온 기념품을 가족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할아버지는 자주 나의 등교를 도와주신다. 그래서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어릴 때는 방이 부족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잤던 기억도 있다. 할아버지께는 안마기를 선물했다. 아픈 손자에게서 선물을 받을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하셨다. 나는 안마기로 할아버지 등을 두드려 드렸다. 


어머니에게는 브로치를 선물했다. 여행지에서 파는 게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어린 마음에 가장 예쁜 것을 고르느라 애썼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브로치를 다셨다. 아들이 사준 거라 더 예쁘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담임 선생님결심과 헌신이 

어린 소년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을 선물했고,

스스로 세상에 나아갈 용기를 갖게 하며 

이번 수학여행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1977년 5월 23일 (월) 맑음


오늘은 부산으로 떠나는 날이다.


마지막으로 155호 고분을 구경하고 천마총의 겉모습만 보고 여관으로 돌아와 떠날 차비를 하였다.


우선 선물을 의호와 은영이에게는 목걸이, 어머니에게는 브로치, 할아버지에겐 안마기를 각각 준비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아쉬움과 빨리 돌아가고픈 욕망이 서로 엉키는 마음을 억누르고 기차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마음껏 노래 부르며 놀다 보니 기차는 어느덧 부산의 부전역에 도착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벌써부터 나오셔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집에 와서 선물을 나누어 주자 할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이었다. '정말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기뻐하실 줄이야. 사 오길 잘했군 잘했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말 이번 여행은 고생도 했지만 즐거운 일도 배운 것도 너무나도 많았다.


※ 어머니께 선물을 드리니까 매우 기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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