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청지기 Jul 15. 2023

'운전'은 '인생'과 닮은꼴

일상생활




비가 오락가락하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5시 퇴근 시간을 앞두고 장애인콜택시를 호출했다. 교통 상황이 좋지 않고 금요일이라 대기자가 300명을 훌쩍 넘었다. 오늘도 긴 시간 비자발적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을 비우고 편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한참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스마트워치에 문자 알람이 떴다. 5시 14분에 배차 완료 안내 문자가 온 것이다. 예상보다 1시간이나 빨리 배차가 되어 빠른 퇴근을 기대하게 됐다. 그런데 차량호출 앱을 보니 위치가 애매하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수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곳은 교통 정체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빠른 길을 안내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조금 후에 앱을 확인해 보니 차량이 반대편의 우회길로 들어섰다. '수출의 다리'가 막히는 것을 알고 반대편 길로 간 것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차량이 30분 정도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하던 업무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장마철의 날씨도 좋지 않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차량이 다시 교통 체증이 심한 '수출의 다리' 방향으로 오고 있는 것이 확인 됐다. 빠른 길로 잘 가던 차가 유턴을 하고 우회전을 하면 바로 도착할 수 있는데 유턴 후 바로 옆의 고가도로를 탄 것이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매우 헷갈리는 구간이기는 하나 순간적인 선택이 꽉 막힌 도로를 향해 다시 되돌아가고 있으니 앱을 보는 나는 안타까웠다.


앱의 지도를 한참을 보고 있으나 차량이 멈춰 가질 않는다. 극심한 정체 상황인 것 같다.


기사님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순간적으로 길을 잘못 들었더니 차가 너무 막혀 가질 않네요.

 너무 오래 기다리실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콜센터에 전화해서 다른 차량이라도 배차해 드리려고 했는데 현재 주변에 차량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취소해도 똑같이 많이 기다려야 하니 기사님만 괜찮으시면 기다리겠습니다."


"저야 괜찮은데 제가 죄송해서요.  그럼 천천히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1시간 20분을 더 기다려 차을 탔다.


1시간 넘게 차에 갇혀 운전하고 오신 기사님은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며 친절하게 문을 열어 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막히지 않아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오는 동안 기사님이 이전에 우리 회사와 거래를 하셨던 적이 있다며 지난날의 추억을 나누며 즐겁게 귀가했다.




'운전'은 '인생'과 비슷한 것 같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을 방문할 때는 걱정이 많이 된다. 지금이야 내비게이션이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겠지만 이전에는 지도책 한 권에 의지해서 가야 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이 있다고 하나 갈림길에서 가끔 늦게 알려 줄 때가 있다. 차는 멈출 수가 없고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차선을 들어서야 한다. 잘못된 차선에 들어서면 오늘 내가 경험한 것처럼 하염없이 꽉 막히거나 먼 길을 돌아야 하는 상황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순탄한 길을 갈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인생의 갈림길에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에는 힘든 광야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잇다.


누군가가 나의 인생에서 내비게이션이 되어 주어 방향을 하나하나 알려주면 좋으련만 인생의 내비게이션을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나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줄 좋은 부모님, 남편, 아내, 선생님, 선배,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고집과 아집, 교만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우리의 인생에서 종종 있다. 이 또한 내비게이션을 믿지 않고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다 막다른 길로 들어서는 운전자와 비슷한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된 선택을 많이 했다. 시간이 한 참 지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잘못을 깨닫고 후회했지만 이 때는 이미 많은 대가를 치른 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인생의 내비게이션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시니라
-  잠언 16:9
작가의 이전글 승진 탈락 감사제목 5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