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 조심스러워진 이유
“실례합니다.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가끔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말이다. 버스 노선이나 길을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모르겠다고 말하기보다는 최대한 찾아서 알려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폰으로 지도 앱을 켜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차근차근 보여주며 설명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으면 몇 번이고 다시 말씀드린다. 혹시라도 헷갈리실까 봐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어가며 천천히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게 설명을 다 들은 뒤 고맙다며 웃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같이 웃게 된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이야기를 가족에게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조심해.”
왜냐고 묻자 요즘에는 길을 물어보는 척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면서 뉴스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길을 알려주는 것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로서는 그저 좋은 마음으로 베푼 친절이었는데, 그게 예상치 못한 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고, 또 씁쓸하기도 했다.
한때는 친절한 사람이 되어라,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라 하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먼저 손을 내밀고, 어려움이 보이면 외면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렇게 배우며 자란 내가 이제는 친절한 사람을 조심하고, 호의를 쉽게 믿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이유 없는 친절이 가장 무섭다는 말도 이제는 꽤 익숙한 문장이 되어버렸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괜스레 입안이 쓴 느낌이 남는다.
그 이후로 길을 알려줄 때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상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만큼 돕되, 직접 따라가지는 않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곤 한다. 설명은 충분히 하되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확실히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하게 된 것 같다.
어디까지 도와야 하고, 어디서부터 멈춰야 하는지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예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 나은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대신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은 건지.
그저 길을 알려주는 일조차 이렇게 망설여지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다가 언젠가,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도 아무도 멈춰 서지 않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날이 오게 되면, 나는 여전히 길을 알려줄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