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랑새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의 시간

by 우하리

모든 사람들 곁엔 파랑새가 머물고 있다. 보통 파랑새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난 그런 파랑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련이 남거나 걱정이 남아 그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파랑새의 모습을 빌려 곁에 머무는 것을 깨닫고, 나는 나의 파랑새를 찾아보았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기엔 사람들 곁에 머무는 파랑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파랑새를 찾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법으로 거울을 보았다. 그 안에 든 나의 모습에서 파랑새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피부, 머리카락, 눈동자의 색깔이 똑같았고, 코나 얼굴형도 닮았다. 무엇보다 커서 본 나의 모습이 파랑새를 꼭 닮았고, 웃음도 비슷했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파랑새의 흔적이 나에게 그대로 남아있었다. 신기하고 그리움을 느끼면서 거울을 통해 찾아보았으나 파랑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으로 파랑새가 남겨두고 간 물건을 보았다. 기록, 목소리, 모습 등 들춰보면 무너질까 봐 애써 보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내 눈앞에 펼쳐보았다. 시간이 흘러 나의 모습은 바뀌었는데 파랑새의 모습은 바뀌지가 않았다. 여전히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그곳에 있었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 웃는 표정을 보자마자 내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났다. 한참을 그렇게 파랑새의 존재에 잠겨있다 깨어나봐도 파랑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방법으로 우리의 집을 보았다. 익숙한 방, 침대, 주방, 거실, 소파 등 변함은 없지만, 변했다. 파랑새라는 존재가 없어졌다. 모습과 움직임은 여전히 선명한데 딱 그 존재 하나가 사라지자 집 안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다. 어느 순간 이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내가 변함에 휩쓸려간 것이었다. 파랑새의 행동을 따라 하며 그 공간 속을 둘러보아도 파랑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네 번째 방법으로 추억의 장소를 찾아보았다. 자주 가던 산책로, 자주 가던 마트부터 어쩌다 방문한 음식점, 어쩌다 방문한 산과 바다로 가보았다. 파랑새를 떠올리며 가보니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파랑새가 좋아했던 꽃이나 나무, 파랑새가 즐겨 먹던 음식, 파랑새가 웃으며 말하던 모습까지 흐릿한 잔상이 나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 잔상을 나도 모르게 따라가 봐도 파랑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다섯 번째 방법으로 파랑새가 있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종종 혹은 매일 들리던 길이 새삼 새로웠다. 처음엔 이 길을 울며 걸어갔고, 그다음엔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가다 파랑새의 사진 앞에서 울었다. 그 이후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눈물은 흘리지 않은 채 담담한 척 파랑새의 사진 앞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속에선 말을 걸며 울음을 삼키면서도 겉으론 걱정하지 말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오늘도 그런 사람이 되어 파랑새의 사진을 바라보았지만, 파랑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파랑새의 모습을 찾았지만, 나의 파랑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게 못내 억울하고 슬퍼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울음을 보이기는 싫어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보자 머리 위로 따뜻한 온기가 내려앉았다. 놀란 마음에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들 수 없었다. 들면 또다시 사라진다는 걸 나도 모르게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묵묵히 그리웠던 온기를 조금 더 느끼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자 파랑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이제 뒤를 볼 수 없는, 아니 봐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고, 파랑새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야 하는 존재였기에 우리는 서로를 그리워하되 만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파랑새는 내가 혹여나 뒤를 보고 달려올까 모습을 감췄던 것이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서 나는 나의 파랑새를 찾는 것을 끝냈다. 그리고 평소처럼 다시 앞을 보고 나아갔다. 내게도 파랑새가 머물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파랑새가 그렇게 하길 바라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