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만나러 가는 길

조금 느리게 다가왔으면 했던 작은 이별

by 우하리

나에겐 소중한 반려동물이 있습니다. 매일 해가 뜨면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뜹니다. 함께 밥을 먹고, 인사를 나누며 오늘 하루도 서로의 평온을 바라봅니다. 나와 그 아이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언제나 혹은 은연중에 서로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가 지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가 나를 맞이해 주는 그 아이를 만나면 하루 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사라집니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눈을 감습니다.


나에겐 사람이 아닌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함께 밖을 산책합니다. 같은 길을 걷거나 아니면 그날따라 멀리 가보거나 그조차도 아쉬우면 새로운 길을 찾아 함께 걸음을 옮깁니다. 나갈 때마다 산책의 방식도 달라집니다. 앞만 보고 걸을 때도 있고, 달릴 때도 있고, 유독 한 위치에서만 멈춰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언제나 새롭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을 보고 한 번 웃고, 나를 보며 웃어주는 모습에 두 번 웃어봅니다. 나와 그 아이는 그렇게 서로의 일상에 서서히 녹아들어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됩니다.


나에겐 나를 사랑해 주는 소중한 가족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나를 사랑해 주어 미안해질 정도로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을 보내면 그 작은 행동과 눈빛으로 어느 정도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보여주면 얼굴부터가 밝아지고 행동도 더욱 명량해집니다. 사고를 치거나 치고 난 후에는 눈만 돌려 보거나 괜히 나에게 다가와 치대기도 합니다. 가끔은 서로가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웃는 나날이 더욱 많습니다. 가장 사랑스러운 건, 그 아이가 언제나 나를 찾아준다는 점입니다. 따로 부르지 않아도 나를 따라 이동하고, 어느 순간 나의 옆에 있습니다. 온몸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그 아이를 제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나에겐 나의 삶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가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시간을 멈출 수는 없기에 울음을 머금고 그 아이를 보내주었습니다. 더 붙잡고 싶었지만, 그건 그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무척이나 괴롭고 아픈 시간이 될 것을 알아서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며 헤어졌습니다. 처음엔 허전했습니다. 해가 뜨면 함께하던 온기도, 인사를 나누던 순간도, 산책을 하던 길도, 그 아이의 모습도, 여전히 제게는 선명한데 그 아이만 없었으니까요. 고개만 돌리면 보이던 그 아이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허전함 다음엔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가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거든요. 그 아이의 물건을 정리하며 한 번, 그 아이의 사진을 보며 두 번, 그렇게 며칠은 그 아이의 존재만을 찾아 울었습니다. 나의 일상이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나에겐 반드시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너무나 짧은 생에서도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줬던 그 아이와의 추억이요. 계속 무너져 있는 건 먼저 떠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 아이에게 예의가 아니겠죠. 언제나 크고 든든했던 나의 모습 그대로 그 아이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울기보다는 미소를 지어야겠죠. 그 아이가 없는 일상에서도요. 여전히 그 아이를 닮은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함께 걷던 길에서 멈춰 서기도 하지만, 더는 울지 않습니다. 울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면 그 길 끝엔 그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그때도 여전히 같은 웃음으로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어요. 그리고 또다시 말할 겁니다. 사랑해 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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