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만의 방식

경험이 기억이 되고, 기억이 추억으로 남기까지

by 우하리

모든 걸 순수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던 어린 시절엔, 나는 아주 잘 속는 아이였다. 특히 아버지의 요리 앞에서 그랬다.


주말 오전, 어머니가 오랜만에 외출하신 날이었다. 부엌에 계시던 아버지는 맛있는 걸 만들어주겠다고 하셨고, 나는 기대에 부풀어 식탁 앞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식탁 위에 올라온 건 옥수수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콘치즈였다.


옥수수와 치즈, 내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가 함께 들어 있었고, 따뜻한 김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한 입 먹었고, 예상대로 너무나 맛있었다.


아버지는 직접 만든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아버지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낸 줄로만 알았다.


어린 나에게 ‘직접 만들었다’는 말은, 요리를 했다는 뜻이 아니라,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마 여섯 살 무렵의 일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되었다. 그건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레시피였고, 아버지는 그저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말한 ‘직접 만들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 의미를 조금 다르게 이해했을 뿐이었다.


속았다기보다는 오해에 가까웠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묘했다. 괜히 속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종종 만들어 먹는 좋아하는 음식이 하나 생겼다는 사실이 더 크게 남아 있었다.


오해로 끝난 일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정말로 작정하고 나를 놀린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외출하신 저녁이었다. 식탁 위에 올라온 건 곰탕에 면이 들어간 음식이었다. 그때까지 내게 탕은 언제나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고, 그 안에 면이 들어간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거, 면 직접 넣은 거야?”


아버지는 특유의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대답하셨다.
“곰탕도 끓이고, 면도 직접 넣었지.”


나는 또다시 감탄했다.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몇 년 뒤, 컵라면을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였다. 진열대 위에서 ‘사리곰탕면’을 처음 발견했다. 그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배신감 같은 감정이 밀려왔다.


그날 저녁, 나는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걸 이제 알았냐?”


그 웃음이 어쩐지 얄미워서, 나는 한동안 아버지의 요리를 쉽게 믿지 않았다. 직접 만들었다는 말에도 의심이 먼저 들었고, 요리 중에 뭔가를 더 넣으려 하시면 괜히 지켜보기도 했다. 막기도 하고, 때로는 슬쩍 동참하기도 하면서,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순순히 속지 않게 되었다.


그건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의심을 만들었다. 아마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쉽게 속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요리 말고 다른 일에서는 종종 속는다. 아버지는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기억을 알고 계시니까. 어쩌면 나를 속이는 그 장난은, 이미 지나온 시간 속의 추억을 꺼내는 아버지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가끔 속고, 아버지는 여전히 웃으신다. 속는 순간은 썩 유쾌하지 않지만, 그 순간마저 결국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기억들이 추억이 되었을 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장난을 건네며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아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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