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나의 생일이었다. 룸메이트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축하와 응원을 양껏 받아 기분이 한껏 충족된 느낌이었는데, 가족들에게 받은 축하 메시지로는 엄마에게 오전 10시경 받은 카톡 하나뿐이었다.
‘생일축카한다 오늘도좋은하루보내’
친구들에게 한 번쯤 축하받지 않는 생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는 하나뿐인 가족인데’라고 염불 외며 친밀감과 종속감을 강조하는 외가 식구들에게 조금 서운함이 들 뻔했다. 사실 나의 외가 식구들에게 서운함보다 컸던 부정의 마음은 아저씨네 식구들에게 나의 위치를 재확인하게 된 조금 더 씁쓸한 감정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아저씨도, 아저씨네 할머니도, 아저씨네 여동생 분도 그 누구도 아저씨네 식구들과 나와 엄마가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어떠한 축하 메시지도 없었다. 한 번 고려해 볼 만한 것은, 내가 몇 주 전 이메일 연동 문제로 채팅 어플을 탈퇴하고 재가입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것 정도. 어플 계정 탈퇴 후 다시 가입을 하다 보니 모든 단체 채팅방에서 나가지게 되어서 나의 프로필도 (알 수 없음)의 존재로 떴을 테니까… 그래도 여덟 명 정도 되는 식구 단체 채팅방에서 연락처 동기화를 해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나? 어찌 됐건 저찌됐건 나는 그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축하를 위한 추가 인원 1인 중 하나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가분하면서도 묘하게 비참했다. 비참한 감정이 보편적 반응이 맞겠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 나의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가 않아서 더 이상의 기분 나쁨도 서운함도 느끼고 싶지 않다. 차라리 잘 됐지 싶을 정도로.
오후 10시 경이되었을 때, 생일 당일 친구와 함께 집 주변 공원에서 소풍 하며 생일을 보냈던 나의 사진들을 엄마에게 보내주고 싶었다. 내 모습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찍어준 나의 사진들을 보며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내가 이렇게나 예쁘게 잘 커서 정말 뿌듯하고 좋겠다. 부러워!‘라는 깜찍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엄마에게 사진들을 보내며 ’ 쌍무지개와 함께 생일을 보냈어’, ’ 딸이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우리 엄마랑 아빠는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ㅋㅋㅋㅋ‘라고 보냈다. 그랬는데 엄마는 이 말이 참 슬펐나 보다. ’이런 날이면 엄만 더 아쉽고 슬펐어 엄마아빠가 없어서 함께하지못해서‘ 라는 답신이 왔고 엄마는 메시지가 답답했는지 음성 통화 연결을 시도했었다. 그렇게 우린 약 30분 간의 통화를 나눴다.
엄마는 내가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 몇 개를 최근에 보고 기분이 나빴다고 얘기했다. 자신을 알코올 의존증 환자로 설명하는 것도 부끄러웠고 자기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여자라고 비난하듯 날 것의 모습을 그대로 올려버린 것에 실망을 한 듯싶었다. 나는 그 순간 며칠 동안 연락이 없었던 이유가 그런 불만을 품어 그런 거였단 것을 순간 납득해 버렸다. 그러고선 내게 그렇게까지 유튜브를 꼭 해야겠느냐며, 공개적으로 부끄러운 것을 올리고 싶느냐며 유튜브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했다. 엄마 세대에서 내가 무언가에 나의 얘기를 올리는 게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부끄럽지 않다고 얘기했는데, 엄만 곧 ‘그게 니 얼굴에 침 뱉는 거라는 걸 모르나 본데, 내가 알려줄게. 잘 들어?’라고 말했다.
나는 ’ 난 내 얼굴에 침 뱉는 행동일지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숨겨가며 지내는 게 더 괴로워. 더 이상 뭔가를 알려주려고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했고 엄마는 미세하게 비아냥을 꼬는 듯한 음정으로 ’아~ 그랬구나~ 그랬구나~‘라고 얼버무려 맞받아쳤다. 그렇게 그냥 그 상황은 끝났고, 나의 생일은 그렇게 조금은 가라앉는 밤으로 끝이 났다.
엄마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해한다. 하지만. 엄마라면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감정에 앞서 나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해소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자꾸만 눈물로 하지 말아 주며 안 되겠느냐 호소하는 모습이 몇 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엄마뿐만 아니라 우리 외가 가족들에게도 제 얼굴에 침 뱉으며 사는 사람일 거다. 아마도 평생 나는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 그런 편견을 받으면서 대해질 것만 같다. 나는 나의 행동들이 진취적이고 건설적이라 생각하는데, 슬프게도 나의 가족들은 이런 나를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나의 가족들 사이에서 괴짜 취급받는 안타까운 존재이다. (괴짜 취급 경력이 쌓인 짬바가 있어서인진 몰라도 제법 어쩌라고 모드가 잘 켜진다는 것은 꽤나 좋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멀어지는 거다. 나는 우리들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이고 마음으로도 느껴지는데, 나는 여전히 나의 세상에서 살고 나의 가족들은 여전히 나의 가족들만의 세상에서 산다. 나의 스물넷 생일날에도 나는 가족들에게 여전히 응원받지 못했고 자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