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와 활동 각오요…?!

by 김민주

원래부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곧잘 남겼다. 이것으로도 나의 쓰기 욕구는 해소되지 않아서 매일을 기록하는 일기도, 한 달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도, 생각을 내리 적는 잡생각 노트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써내리는 휴대폰 속 메모 어플까지 쓸 정도로 나는 항상 무언가라도 썼던 사람이었다. 사실 원래는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이 너무 많아서 혼났던 적이 정말 많았다. 내가 어린이집을 다녔을 때였을까, 엄마랑 옆에서 잠들 때 내가 항상 엄마가 잠들 때쯤 ‘엄마, 근데 있잖아~’ 라며 운을 자꾸만 띄우는 바람에 제발 좀 그만 말하라며 혼났던 것이 불현듯 생각난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나의 담임선생님은 다른 학급 교사 분들에 비해 학급 아이들에게 숙제를 제법 많이 주는 분이셨다. 기억에 남는 주간 숙제 중 두 가지가 있다. 한자 암기와 일기 쓰기 숙제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는 나의 정체성에 한창 만족도가 어깨 끝까지 차올랐었던 나는 그런 숙제들이 정말로 싫었다. 그런데 숙제를 안 하면 조별 점수가 깎이는 무자비한 교칙이 있어서 숙제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 귀찮은 숙제들을 매주 필수 숙제로 시켰던 당시 선생님을 정말 안 좋아했다. 그때야 일기 쓰는 습관이 없었으니 밀려 쓰기 일쑤이긴 했다만 이상하게도 중학교 입학한 이후부터도 계속 일기 쓰는 것을 찾게 됐다. 당시 나의 주된 감정들은 제법 어두웠었는데, 그때 일기를 쓰면서 주체적으로 나의 생각을 쓰고, 나의 각오 등을 적으면 한결 나아지는 기분들이 많이 찾아왔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 나이를 거듭할수록 고민들 또한 많아져서 일기를 쓰며 나 자신과 고민을 털고 타협하는 시간 가지는 게 내 취미이자 습관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에게 한 명씩 찾아가 나의 얘기를 털어두고 친구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꽤나 피로하게 느껴졌어서 블로그에 친한 친구들 한정으로 서로 이웃을 꾸리고 친구들에게 얘기하거나 털어두고 싶은 나의 생각이나 하루들을 끄적이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그렇게 지낸 지 제법 몇 년이 지난 이제야, 나도 내 글의 보안성에 대해 관심도가 줄어들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알아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두 글 정도 전체공개로 블로그에 글을 써 올리기도 했고, 유튜브 개인 채널에 내 이야기들을 조금 더 자율적으로 해소했다가 역시 나는 글이 더 편하구나 라는 생각으로 브런치스토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브런치스토리에 가입을 했는데 작가 신청을 해야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공개 발행을 할 수 있다네. 최소 3개는 저장이 되어있어야 한다네. 어, 그래. 쓰고 싶은 글 생기면 브런치에 쓰고 저장해서 신청해.라는 단순 명료한 생각과 행동들로 타이핑을 그리 길지 않은 며칠간 두들겼고, 작가 신청을 할 수 있다길래 신청서를 작성하려는데 나의 소개에서 타이핑이 막혔었다. 마치 어렸을 때의 내가 게임 캐릭터 닉네임을 한창 정하지 못해 3시간 이상 가량 캐릭터 생성 화면에서 벗어나질 못 했던 나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달까.


나는 뭐 하는 사람이지? 나는 딱히 직업도 없고 특색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나인데 나를 어떻게 카테고리화해야 하는 것이며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어필하는 거지? 나는 나를 왜 어필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거지? 어필을 위한 자기소개를 보고 사람들이 정말 어필을 받는단 말이야? 가식적인 자기소개로 사람들을 낚아채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이 나의 날 것의 글들을 진심으로 마음을 다 해 읽어줄 수 있어? 나의 글들을 진정으로 읽어주는 사람들만이 나의 활자 활동을 찾아주지!라는 방황성 1000%의 사춘기 청소년 심보 같은 거친 생각들이 정말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갔었다… (읽는 사람들도 이런 철없는 생각들은 지칠 것이란 걸 이해한다. 나도 이런 나의 거친 생각들을 쓰는 것이 지치고 아깝다. 하하.) 나는 특별한 게 없는 사람이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라서 현재 날 것 그대로의 나인 ‘그리 대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밖에 소개를 쓰지 못했다. 나의 인디펜던트적 면모를 강조하고 어필하기 위한 예술감수성 소비를 겨냥한 멘트로 멋스러운 ’척‘하며 쓴 것이라 오해받는다면 정말 서러워서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기어이 울며 겨자 먹기 상태로 작가소개를 마쳤더니 활동 계획을 쓰라는 크나큰 관문이 왔다. 당시 나는 더 이상 윗문단에 썼던 것처럼 거친 생각 방황할 정신적 에너지란 0에 수렴했던 상태였다. 아, 모르겠어요. 그냥 쓰고 싶은 거예요… 나도 내가 뭘 활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정말 조용히 글만 쓰고 넘어가고 싶어요…라는 지친 자세와 반쯤 감긴 눈으로 채 한 줄도 덜 되는 한 문장을 써버릴 수밖에 없었다.. 활동 계획이야 세울 순 있는 것이지만, 내가 못 세워서 못 세웠겠나. 정말 없어서 안 세웠지. 쓰는 활동 그 자체가 나의 활동 계획인걸 어째요. 쩝. 선정 안 되면 나는 그냥 블로그에 전체 공개로 쓸 거야 라는 나 몰라라 마음가짐으로 제출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작가 선정이 됐다는 메일이 워치에 떠서 ’어머?’라는 심정으로 수줍게 오픈된 글을 작성했고, 좋아요 기능으로 추정되는 라이킷이라는 알림 들을 시시때때로 확인하며 신기함에 어제저녁을 보냈다.


나는 원체 자전적 이야기를 쓰는 편이라 오만할 수 있고 편협적일 수 있고 재미없을 수 있어서 내가 그런 리스크를 갖지 않은 사람 마냥 멋들어지게 소개도 못 쓰고 글도 못 쓸 수 있다. 그래도 나의 이런 얘기를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와닿을 수 있을지는 너무나도 알고 싶다. 나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에게 ‘저는 원래 이렇게 지내는 사람인데요.’라고 운을 띄우자니 나는 줄곧, 늘, 어쩌면 앞으로도 삶의 부랑자 마냥 인생을 지내왔어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딱히 없다. 정말 만약 내가 작가라면 좋은 PD분을 만나 나의 이런 ‘라벨링 할 수 없는 거칠고 솔직하고 부끄러움도 없고 잃을 것 없는 사람 마냥 떠들어대는 사람’의 긴 수식어를 짧은 단어로 표현할 능력자 분을 필수적으로 만나야만 할 것이다.


자신네들의 이야기를 풀고 표현하는 사람들과의 장에 하나의 구성원이 된 것만 같은 느낌에 조금은 새롭고도 이곳에서 나는 어떻게 비치는 사람이 될지 궁금하다. 나는 항상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에 종속되고 싶었던 사람이라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이곳에서의 내가 어디까지 활개 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지켜보고 싶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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