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 2> 감상평

내면의 치

by 김민주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는 새로운 감정 캐릭터들로 불안이, 질투, 부럽이, 따분이가 나온다. 여기서 불안이라는 캐릭터에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불안이의 감정 표현이 굉장히 잘 표현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무언가가 자꾸 무력해지고 슬퍼졌다. 영화의 기승전결이 진행될수록 영화의 서사와 캐릭터들의 감정, 인물관계도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내가 자꾸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예전과도 같았으면 영화 속 캐릭터나 사건 중심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이입을 하고도 남았을 텐데 캐릭터들의 선택이나 행동들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천방지축 돌아가는 사건의 전개가 따분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비단 이 감정들이 의인화가 된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친구들과 대화하는 방식이나 감정 교류에도 이런 점들을 느끼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공감 능력 제로. 이하 꼰대. 나는 이렇게 꼰대가 된 걸까? 어쩌면 나는 이미 꼰대이고도 남았음에 인정의 고개를 떨군다. 유아기, 청소년기에 할 법한 행동들에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가뜩이나 요즘의 내가 철저히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게 피부로 와닿아지는 요즘들. 고달픈 사회에 걸맞게 정신이 고달픈 내가 되어간다. 이토록 정신이 건조해도 괜찮은 걸까? 최근 변해가고 있는 이런 나 자신이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사람 따라 맞는 위로법이 있고 사람 따라 소화할 수 있는 사랑의 언어가 있는 것인데 나의 사랑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주제에 동시에 나는 상처를 주는 것 같다. 어째 점점 내가 평생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수록 납득할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공감이 안 되는 것에 공감이 안 된다고 말하고 떠오르는 것에 떠오른다고 말을 했을 뿐인데 그 발언과 입장이 무례함으로 직결되는 것이 밉다. 나를 무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미운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정말 무례한 나가 된 내 스스로가 미운 것이다.


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에 불과했다. 이보다 감정에 충실한 짐승이 또 어딨 을까. 내가 힘들고 지칠 때만 나의 감정에 충실해지고, 내가 여유롭고 내 일이 잘 풀리는 날엔 감정에 충실한 타인에게 한없이 날카롭기 짝이 없다. 이런 내가 너무나 수치스럽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던 옛말에 딱인 인간 군상이 되었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 나의 행동과 발언, 자세 등에서 저 모습이 어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혐오스러운 자세로 씩씩거리며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나라는 존재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섬세한 사람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되짚어 보려고 하나 결국 비슷한 이유들이다. 기만이다. 지금 힘들지 않고 지금 굶주려 있지 않기 때문에. 힘들지 않아서 힘들 수가 없는 것뿐이고, 마음이 아프지 않아서 마음의 고통과 시련에 다정하고 따스한 말 한마디가 어려워진 기만자일 뿐이다.

한낱 부끄러웠던 과거들을 떠안은 채 살아가는 것을 택해야 또 다른 누군가의 실수를 실수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 현재의 삶에 도취되어 과거의 나를 잊고 살아갈수록 많은 사람을 나의 내면에 품을 수 없게 되고, 그렇다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삶에서 도태되고 고립될 것이다. 이 고립의 지름길 직전의 갈림길에서 나의 태도를 점검할 수 있음에 감사하되 혀에 칼을 내려두고 내가 살아가길 스스로에게 바랄 뿐이다.


때로는 나의 생존 본능이자 보호 본능으로 품어야만 했던 것들을 하나둘 내려놓아야 할 때 떨리는 ‘치’라는 것이 있다. 내가 당했건 느꼈건을 떠나, 품어선 안 되는 것들이라는 것을 앎에. 치가 떨리면서도 결국엔 내려야 한다. 내려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의 치는 결코 이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다. 나의 칼을 타인에게 휘두를 같은 가해자가 되느니, 나의 칼을 나의 치부에 휘두르자.

나의 쏟아져 나오는 치부를 느껴 차라리 맘껏 부끄러워 하기를.

차라리 한껏 몸부림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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