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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Apr 21. 2023

행복과 불평등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OECD의 대다수 국가는 소득, 교육, 건강, 주거, 환경, 가족, 공동체 생활 등의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한국, 멕시코, 칠레, 폴란드에서는 이들 요인만으로는 행복이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소득, 건강, 교육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한국, 멕시코, 칠레, 폴란드 국민의 행복을 설명하기 위해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포함시키니 이들 국가의 행복 수준이 잘 설명됩니다. 이같이 행복 수준이 높은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행복 수준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잘 설명되지만, OECD 회원국 중 일부 국가의 경우 부정적인 요인을 감안해야 이들 국가의 낮은 행복 수준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박명호 외 2019)      


이런 이유로 행복을 연구하는 대부분 선진국의 연구자들은 행복 결정 요인으로 소득, 건강, 주거, 환경, 공동체 생활 등 긍정적인 요인만 고려합니다. OECD의 Better Life Index, UN의 World Happiness Indicator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그렇지만 일부 OECD 국가와 대다수 개도국에서는 행복이 긍정적 요인 외에 부정적 요인을 동시에 감안해야 합니다.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요인으로는 불평등을 지적합니다. 행복 관련 선행 연구에서도 소득 불평등은 국민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해 줍니다. 불평등과 행복 관련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불평등할수록 행복도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또한 같은 소득 수준의 국가를 비교하는 경우 소득 불평등도가 큰 나라의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미국과 덴마크의 소득 수준은 유사하지만 불평등도가 낮은 덴마크의 행복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저소득 계층일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불행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higehiro Oishi et al. 2011)      


한국인을 대상으로 어떤 요인이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서베이 및 FGI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불평등 요인은 매우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 간 통계를 활용해 비교가 가능한 요인을 중심으로 찾은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득과 고용의 불평등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별 및 세대 간 격차와 같은 사회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득 불평등은 흔히 지니계수로 측정되는데 외환위기 이후부터 급격히 나빠졌던 지니계수는 2010년대 이후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봅니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하여 한국과 북구 국가 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세전 소득 불평등도 OECD 중에서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세후 소득 불평등도는 중간 수준입니다. 반면 북구 국가의 경우 나라 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국가의 세전 지니 계수는 모두 한국보다 높은 반면, 세후 지니 계수는 한국보다 낮은 특징을 지닙니다. 북구 국가의 경우 경제활동 그 자체에서 나오는 차이는 우리보다 크다는 점에서 경제활동에서의 자유도는 우리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제활동의 결과를 조정하려는 노력은 우리보다 큽니다.     


고용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글로벌 제조업과 국내 서비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관련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업종에 따라 생산성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처럼 같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지위에 따라 보상의 차이가 큰 나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사회안전망 및 적극적 노동시장 측면에서 취약합니다. 한국 사회의 이런 취약성은 고용의 유연성을 낮춥니다. 더욱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과 같은 고용의 상향 이동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용 관련 격차는 한국 사회에서는 큰 짐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고용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때로는 황당한 방향으로 가면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대표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공공 부문에 일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부문에서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 때만 가능합니다. 유능한 인재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적 격차 가운데 한국의 성별 격차는 매우 심각합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간 임금과 고용률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OECD 가입 이후 현재까지 남녀 임금 격차에서 독보적으로 1위를 기록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1%로, 일본 22.1%, 이탈리아 7.6%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 여성의 고용률을 살펴보면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의 20대 후반 여성은 OECD 평균을 상회하는 높은 고용률 보입니다. 그러나 30대 후반의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현실이 이러니 남녀 간 임금 및 고용 격차는 저출산 문제를 논할 때 단골손님으로 나옵니다. 그러므로 30대에 진입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훨씬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대부분 여성이 고통을 받는 경력 단절에 대한 보완책보다는 여성 임원 의무화 도입과 같이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제도 개선에 더 열심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여성 고용률 격차: 한국과 OECD 비교 (2021년 기준)

마지막으로 세대  격차는  가지 관점에서 접근 가능합니다. 한편으로는 세대별로 기회가 어떠했는지를 비교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베이비부머 세대, 60년대 중반부터 70~80년대 세대, 그리고 90년대 이후 세대를 구분해서 사회적 이동성 측면에서 비교함으로써 세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할  있습니다.  경우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현세대로 올수록 기회가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상향 이동성 가능성의 축소를 시계열 지수로 만드는 것이 불가늘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이동성 관점은 분석의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양 인구비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부양 인구비는 경제활동 인구(15~64) 대비 소년 인구(0~14) 노인인구(65 이상) 비율을 뜻합니다. 인구부양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현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023 기준 한국의 인구부양비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낮습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소년 인구 비율은 현저하게 줄었는데 노인 인구비는 이제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부양인구비는 앞으로 급증할 것입니다.     

부양 인구비 추이 (통계청)

한국인의 행복 수준은 소득, 건강, 교육, 공동체 등 행복에 긍정적인 요인만을 고려하는 경우 잘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소득과 고용의 격차, 성별과 세대 간 격차를 포함하는 경우 한국인의 낮은 행복 수준이 설명됩니다. 앞서 보았듯이 소득 불평등은 그나마 개선 추세이므로 다행입니다. 그렇지만 OECD 국가 중 가장 나쁜 수준의 고용과 성별의 격차는 당분간 개선의 여지가 적습니다.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부양인구비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반면 소득, 주거, 교육 등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들의 개선 추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같이 행복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인은 정체상태인 반면,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인은 점차 커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행복의 관점에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행복보다는 불행의 요인이 커진다고 모든 사람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불행을 가져오는 요인의 영향을 차단하면 됩니다. 최선의 방법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불행을 키우는 보통 한국인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 챙김을 잘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합니다. 비교하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이를 인정하고 바로 거기서 머물러야 합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박명호, 박찬열 (2020), 행복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 제12권 3호, 한국경제포럼     

Shigehiro Oishi, Selin Kesebir, and Ed Diener (2011), Income Inequality and Happiness, Volume 22, Issue 9, Psycholog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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