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곳이 낯설다.'
지금은 발령받은지 이제 막 7개월이 지나가는 회사 건물 2층. 그 곳에 자리한 북카페에 낮은 쇼파 등받이에 널브러지듯 몸을 기댄채로 앉아있다. 이 곳에는 책장 두 개와 창 밖으로 시선을 둘 수 있는 창가의 바 테이블과 높은 바 체어, 식탁을 연상케하는 짙은 밤색의 4인용 나무 테이블 세트가 있다. 이 곳이 내 쉼터가 된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곧 퇴직을 앞둔 비건(vegan)의 한 차장님께서 도시락을 드시는 것말고는 이용하는 직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낯섦을 느껴보기 위해 벽면에 붙은 쇼파에 앉아 구석구석 눈을 돌려본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몰랐던 소화기의 위치, 휴지통의 위치, 화분의 갯수를 하나씩 세어간다. 아마도 이제 이 공간을 제일 잘 아는 직원은 나 뿐일 것 같다. 나쁘지 않다.
엊그제부터 왜인지 모를 성장욕구가 치솟으며 간헐적인 독서를 또다시 시작했다. 나는 종종 이유 모를 성장욕에 휩쓸려 이것저것 도전해보곤 하는데 그게 나중에 돌아보면 꽤 많은 걸 남겨놓았기에 이제는 그 휩쓸림을 즐기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그런 행동의 일환으로 어제부터 꺼내든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라는 책의 2장을 읽었다. 큰 욕심 내지않고 작은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 요즘 들어 뱃살이 툭 튀어나온 것이 마음에 안 들어 이 책을 골랐건만, 내가 생각하는 '자기관리'와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관리'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책을 펴고야 알았다. 그래도 완독이 목표다.
아, 위에서 잠깐 언급한 채식주의자의 차장님이 떠올랐다. 아까 근무시간에 업무 협의할 것이 있어 그 차장님의 앞자리 대리님께 갈 일이 있었는데 비건 크래커에 바나나를 얹어 '바나나 카나페'를 만들어주셨었다. 그러면서 오늘 출근 전 드시고 오신 식사 사진과 그 식사 중에 들었던 LP 음악이 흐르는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순간 퇴직 전의 여유가 아닐까, 했지만 나도 얼마 전까지 몇 번은 시도할 수 있던 걸 생각하면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싶다. 괜히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오늘 아침 EDM에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며 자동차 RPM을 올리던 나를 반성한다. 내일은 'Je Te Veux'에 크림치즈 베이글 한 입하며 여유롭게 아침을 열어보겠다.
이렇게 또 내일을 살아갈 재미가 하나 생겼다. 물론, 오늘이 아직 10시간 넘게 남았으므로 10시간의 여행도 마저 채워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