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서울이란 다양한 면의 장소이다. 추억도, 기억도 많은 곳. 단순하게 어떻다 한 문장으로도 설명이 어려운 곳. 좋아하면서도 무섭기도, 슬프기도 한 곳.
그런 서울이 내가 서울을 다녀갈 때마다 주는 선물 같은 감정들이 있다. 이번 여행 때 나는 그 선물들이 몇 번이나 나에게 똑같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음에도 이런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록 차원에서 글로 담는다.
첫번째, 나는 내 생각보다 미물이다. 부정적인 뜻은 아니다. 다만 서울에서 걷다보면 참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가는 걸 알 수 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성격의, 외모의 사람들.
내가 살고있는 방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도 서울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다 그만두고 갑자기 동해 바닷가 근처 슈퍼마켓 사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또 그렇게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세상 어느 곳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히, 또는 성실하지 않더라도 살아내는 것이 결국 삶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두번째, 세상은 넓고 음식은 다양하다. 비단 음식만 한정하여 할 얘기는 아니다. 지방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신생의 트렌디한 브랜드는 서울 메인 백화점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만큼 민감도가 높은 것이겠지. 이보다 해외로 향하면 더 다양한 교류들이 일어날테고. 뭐랄까,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는 느낌이다.
보수적인 집단 쪽에 속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나는 요즘 고여가는 나의 환경이 싫다. 서울에서 환기하고 새로운 공기가 나를 감싸더라도 월요일 회사 책상에 앉으면 또 다시 흑백의 세상이 나를 덮치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일상을 사는 나에게 채색을 해주는 도시이기도 한 것 같다.
세번째, 이건 앞선 얘기와 조금 반대의 생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삶도 꽤 괜찮다는 것이다. 내 주변만 봐도 서울 연고의 친구들은 어떻게든 다시 서울로 진입하기를 원한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수도권 내에서만이라도 지내길 원한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느껴지는 빠듯함을 보고있자면 내 세상의 속도가 나에게는 맞긴 한가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매 순간이 바쁜 듯 보이는 서울은 초단위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서울에서 산다는 가정을 할 때면 무한경쟁체제 속에 나를 던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보다는 조금 트인, 느린 지금의 지방살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정답이야 없겠지만 문화적 인프라만 빼놓고는 거주지로서의 장점은 내겐 없다.
도시숲 속 남산타워
그래도 결론적으로 하나의 공간으로서 서울은 좋은 곳이다. 막연한 동경인 듯도 싶다. 신과 구가 공존하는 것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nn년 노포 맛집이 끝도 없이 발굴되는 것도 좋고 원한다면 내가 찾는 대부분의 음식을 가까운 곳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한옥의 멋과 도시숲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번 주 주말에도 청첩장 모임을 핑계로 방문할 서울에서 또 어떤 보석같은 시간이 찾아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