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달은 꼭 지금 내 마음처럼 흐리다.
분명 퇴근 전 볼 때만 해도 70% 차오른 게 또렷했었는데.
그가 나에게 두번째 헤어짐을 말하던 게 지난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 날 이후 딱 일주일 만에 작은 방에 누워있던 나에게 그가 전한 쪽지와 얼마 되지않은 시간차로 전달된 카톡 메세지가 완벽히 다른 내용이라 지금 내 마음은 너무 어지럽다.
쪽지에는 우리가 지난 주 금요일에 보았던 영화 <라라랜드>의 엔딩처럼 '각자를 응원하며 헤어지자'라고 하고, 카톡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말이 쓰여져있었다.
나는 혼란스럽다.
나는 내일 퇴근하고나면 내가 떠나야하는 집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러 가야 한다.
이미 이사를 하는 것에는 인터넷 이전설치 포함 모든 준비가 다 된 상태다.
물론 계약금도 모두 지불한 상태고, 사실상 잔금만 치르고 짐만 옮기고 나면 정말 다 끝이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회사 선배에게 들은 말은 "출근하더니 다급하게 와서 자기 얘기를 들어보라더라. 그리고는 니가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이렇게 끝이 난 거라고 하더라."였다.
나는 이 사람이 나에게 얘기하려는 시도를 보인 것은 안다.
쭈뼛쭈뼛 다가와 몇 마디 말을 건네고 "응." 대답하면 뒷걸음으로 돌아갔던 시도.
다만 그 시도의 끝에는 "니가 다 잘못한 것이니 니가 바뀌지 않으면 나는 너와 같이 살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었다.
또한 마지막에 내가 했던 모든 발악의 말을 마친 후에는 "피해자코스프레 하지 말라"는 말이었고.
모든 말에는 결국 가다보면 막다른 길이 존재했기에 선뜻 그 길을 나설 수가 없었다.
물론, 나는 피해자를 자처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헤어짐을 입에 올린, 그 외에 나에게 했던 행동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을 뿐.
그리고 그는 오늘에서야 어렴풋하게나마 쪽지의 내용에서 나에게 사과를 했다.
내내 "이렇게 이혼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던 나로서는 그가 이렇게 먼저 다가오니 어떻게든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나 또한 많이 지친 상태에 이사고 뭐고 그냥 이대로 멈춰버리면 아무 일이 없는 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나 내가 수없이 들어온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서 느꼈던 감정, 생각들이 멈추지 않아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어차피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고, 우리가 바뀌려면 결국 내가 바뀌고 조금 더 참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겠다 싶다.
그러면 그래도 괜찮은 걸까?
이 사람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의 "너한테 분명 다시 해보자 할 거다. 그러나 그건 한 순간 위기모면을 위한 행동이지, 바뀐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정말 그런 걸까.
겉으로라도 멀쩡해질 건지, 정말 새로 홀로서기를 해볼 건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닌 그런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