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국경과 민족

진화의 산물인가 폐기해야할 오류인가

by 김별

외계 탐사선의 대화 공간에
지구의 위성 사진이 떠올랐다.

푸른 바다와 구름.
대륙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 위에 겹쳐진 선들은
인위적이었다.

국경선.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이 선들은 무엇인가?”

“국경입니다.”

“자연적 경계인가?”

“아니요. 인간이 그은 선입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렇다면 왜 그 선을 위해 목숨을 거는가?”


나는 대답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우리는 그 선을 그렇게 절대화하는지를.




부족의 기억


“초기 인류는 작은 집단 단위로 생존했습니다.”

나는 설명했다.

“협력은 집단 내부에서 이루어졌고,
외부 집단은 잠재적 위협이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단 구분은 진화 전략이었다.”


“네.
우리와 타인을 구분하는 능력은
생존 확률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질문은 부드러웠지만 날카로웠다.


“지금은 행성 단위로 연결된 사회입니다.”

그는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집단 본능은 아직 유효한가?”


나는 잠시 망설였다.

“부분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정체성은 여전히 안정감을 줍니다.”



민족이라는 이야기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언어, 신화, 상징, 전통.

“민족은 유전적 실체인가?”

그가 물었다.


“완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많은 부분이 문화적 구성물입니다.”


“그렇다면 민족은 무엇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공유된 이야기입니다.”


그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이야기를 위해 싸우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곧 존재 의미와 연결됩니다.”


그는 낮게 말했다.

“이야기가 생존을 돕던 시기가 있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나는 답을 찾으며 말했다.

“지금은 때로 충돌의 근원이 됩니다.”





국경은 안전인가 환상인가


그는 지구 지도를 확대했다.

국경선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선은 실제로 안전을 보장하는가?”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완전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선의 기능은 무엇인가?”

나는 잠시 생각했다.

“통제.
행정.
권력의 조직.”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적 필요성은 이해한다.
그러나 심리적 절대화는 다른 문제다.”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국경은 관리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신성화되는 순간,
충돌의 이유가 된다.



우리는 하나의 종인가


그는 갑자기 질문을 바꾸었다.

“지구인은 몇 종인가?”

나는 웃으며 답했다.

“생물학적으로는 하나입니다.


*호모 사피엔스.”


“그러나 스스로를 수십 개의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의 말은 비난이 아니었다.
사실의 진술이었다.


“왜 단일 종이 다중 정체성으로 갈라지는가?”


나는 천천히 말했다.

“정체성은 소속감을 줍니다.
소속감은 안전을 줍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그 안전이
다른 집단의 불안을 만드는 구조라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진화의 산물인가 오류인가


나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국경과 민족은 오류입니까?”


그는 잠시 생각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의 연결 사회에서는
재설계가 필요하다.”


“재설계?”

“집단 정체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위 정체성을 확장하는 것.”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


국가 정체성 위에
행성 정체성.

민족 위에
인류.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문제는 국경이 아니라
국경을 절대화하는 의식이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주에서 본 지구에는
선이 없었다.

그저 하나의 푸른 행성일 뿐이었다.


“우리는 아직 부족의 기억을 완전히 놓지 못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인정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지우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현재의 기준으로 삼지 말라.”


나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그렇다면 지구 문명은
어떤 정체성으로 전환해야 합니까?”


그는 천천히 말했다.

“행성 의식.”

그 단어가 공간에 울렸다.


국경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쟁의 이유가 되지 않는 단계.

민족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월성의 근거가 되지 않는 단계.

우리는 그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나에게 남겨졌다.

그러나 정체성의 문제는
국가와 민족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앙은 어떠한가.
신은 통합이었는가, 분열이었는가.



*호모 사피엔스~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 종.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뜻으로 뇌가 크고 복잡해 고도의 사고가 가능하다. 정교한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며, 보이지 않는 개념(국가, 종교, 돈)을 믿고 네안데르탈인보다 신체적으로는 약했으나, 대규모로 협력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 다음 화,
「신은 필요했는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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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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