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붉은 기록
외계 탐사선 내부의 대화 공간은 고요했다.
창 너머로 푸른 지구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가 먼저 질문했다.
“기록을 분석했다.
지구 문명은 일정 주기로 대규모 충돌을 반복한다.
왜 지적 생명체가 서로를 파괴하는가?”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가볍지 않았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진화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설명하라.”
“초기 인류는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존했습니다.
식량과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했고, 동시에 배타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너희는 이미 행성 규모의 협력이 가능한 기술을 가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기술은 진화했지만,
감정과 정체성은 여전히 부족 단위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냉전.
국지 분쟁들.
붉은 빛이 지도 위를 따라 번졌다.
“이 충돌들은 모두 생존 때문이었는가?”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처음에는 생존이었지만,
점점 권력과 체면, 이념, 두려움이 얽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물었다.
“두려움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는 지구의 지난 세기를 떠올렸다.
“상실입니다.
영향력의 상실, 자원의 상실,
정체성의 상실.”
그는 잠시 생각하듯 침묵했다.
“너희는 손실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손실보다 더 큰 위험은 무엇인가?”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공멸입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지구 문명은 이미
스스로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기술을 여러 차례 개발했다.”
핵무기.
생물학 무기.
자율 살상 시스템.
나는 조용히 인정했다.
“우리는 파괴 능력을 먼저 확장했습니다.”
“왜 창조보다 파괴가 빠른가?”
그 질문은 날카로웠다.
나는 숨을 고르며 답했다.
“파괴는 단순합니다.
창조는 협력과 신뢰를 필요로 합니다.
신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두려움은 즉각적으로 결집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은 빠르고,
신뢰는 느리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반문했다.
“당신들의 문명에는 전쟁이 없었습니까?”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있었다.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멈췄습니까?”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우리는 ‘승리’의 개념을 폐기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물었다.
“승리를 폐기했다?”
“누군가가 승리하는 구조는
누군가가 패배하는 구조다.
패배는 복수의 씨앗이 된다.
복수는 다음 전쟁을 준비한다.”
나는 인간 역사를 떠올렸다.
전쟁의 끝은 언제나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되곤 했다.
“그렇다면 갈등은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정체성의 문제로 확대하지 않았다.”
나는 낮게 되뇌었다.
“정체성…”
그는 이어 말했다.
“전쟁은 대부분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충돌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불안이
집단 규모로 증폭될 때 전쟁이 된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면 전쟁은 진화의 흔적입니까,
아니면 미성숙의 증거입니까?”
그의 답은 분명했다.
“둘 다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후에는
더 이상 진화 전략이 아니라
자기파괴 알고리즘이 된다.”
나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지구는 여전히
군사 예산을 늘리고 있었고,
국가 간 긴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그 알고리즘을 끄지 못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끄는 방법은 단순하다.”
나는 숨을 죽였다.
“무엇입니까?”
그 단어는 다시 등장했다.
분리.
국가 간 분리.
민족 간 분리.
이념 간 분리.
나는 깨달았다.
전쟁은 총과 미사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머릿속 경계선에서 시작된다.
창밖의 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물었다.
“우리는 멈출 수 있습니까?”
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희는 이미 충분한 지능을 가졌다.
문제는 의식의 선택이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은 본능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선택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그러나 전쟁의 뿌리는 단지 폭력 충동만이 아니다.
그 아래에는 더 오래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국경.
민족.
집단 정체성.
그것은 진화의 산물인가,
아니면 이제는 오류가 된 개념인가?
~ 다음 화,
「국경과 민족은 진화의 산물인가 오류인가」에서 계속됩니다.
SF 인문 에세이 시리즈인 우주별의 문명인터뷰의 제 3화를 발행하였습니다.
저로서는 인생 전반부 특히 사오십대 그리고 지금 육십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화두였던 '우주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적 생명체'
'왜 지구에서는 전쟁과 충돌을 피할 수 없는가?'
'지구인류의 평화는 불가능한가'
'신은 존재한다 믿지만 어떤 형태로 믿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등의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풀어가보는 글입니다.
독자는 모든이로 설정하였으니 많은 구독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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