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녕

식도의 배신

by 고수머리

어느 날, 삶은 달걀을 먹고 숨을 참고 있으니, 남편이 나를 보며 "뭐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삶은 달걀 때문에 목이 막혀서 숨 참고 있어"
"뭐?? 물을 마셔" 나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남편이 말했다.
난 그 말을 무시하며 계속 숨을 참으며 달걀이 내려가길 기다렸다.
그러고 있는 나를 본 남편은
"물을 마시라고, 그러다 죽어"
뭐 이런 게 있나 하는 말투로 나를 걱정한다.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아진 나는 어쩔 수 없이 물을 마셨다. 분했다.
" 젊을 땐 숨 참고 있으면 내려갔는데 왜 안 내려가지??" 진짜 순수하게 궁금했다.
"왜??"
그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단어 "노화" 예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서…. 설마 지금 식도까지?!!
배신감 밀려온다. 피부는 그렇다고 치지만 '식도 너까지!!!' 난 허탈하게 웃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식도도 늙나 봐!? 하하하" 너무하다. 너무 했다.
남편은 내가 어이없는지 나를 보면 혀를 찬다
"쯧쯧, 목 막히면 물 마셔야지 숨을 왜 참냐, 너도 참 특이하다. 으이구"
나의 허탈함을 이해할 리 없는 남편이다.
남편에게 목 막힐 때 숨 참아서 내려가게 해 본 적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그러니 나를 이해 못 하는 건 당연했다. '이 좋은 걸 모른다니' 나는 남편을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20대 때는 목 막히는 고구마를 먹고 숨을 참으면
알아서 쑥~욱하고, 뻥~하고 시원하게 내려갔다. 너무 시원해서 난 그 시원함을 사랑했다.

이제는 그런 시원함은 영원히 느낄 수 없는 건가! 진짜 '영원한 안녕'인 것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다. 살아생전 또 그 뻥 하는 시원함을 느끼고 싶다.
안다,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잘 타협해야 한다는 거 하지만 식도는 나한테 너무했다.

'난 그 느낌을 사랑했다고 아~~ 악~~~'
사실 노화란 놈은 아기 출산하고 육아하면서 조금씩 나에게 눈을 맞추고 같이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같이 가야 한다는 걸,

피부도 탄력을 잃어가고 관절도 삐걱거리고 하니 알고는 있었다. 잘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영원한 안녕이라고 느끼는 이런 사건은 조금 너무 많이 슬프다.
다른 부분은 보완하고 그럭저럭 타협하며 '그랬구나! 너도 그동안 힘들었겠구나'하며 받아들였는데 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제는 '영원한 안녕'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자꾸 생길까 봐 겁이 난다. '영원한 안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조금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도 가끔 '혹시 모르니까!' 하는 생각에
미리 물을 준비하고 목 막히는 무언가를 먹는 나를 발견하면 '아~오래 걸리겠구나!', '나도 참 질척거리는 인간이구나~'라며 계속해서 질척거릴 것 같다.
근데 '영원한 안녕'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