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상하이 여행기

Day 5: 서호의 도시, 항저우

by 공대생은유람중

** 간만에 글을 씁니다. 목빠져라 기다리는 분은 당연히 없겠습니다만... 넘어지는 바람에 팔목 수술을 받아 한동안 타이핑이 어려웠습니다. 역시 뭘하든 안전제일입니다.


아침에 황산에서 기차를 탔다. 황산이 워낙에 큰 산이라 그런지, 첩첩산중을 고속열차로 빠져나가는데도 30분 정도가 걸렸다. 하얗게 녹지 않은 눈이 덮힌 산을 보니,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있는 문구가 떠올랐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황산에서 항저우로 가는 기차 안에서. 역시 명산이다.

황산을 떠서 항저우 역에 도착할 때쯔음에는 이미 11시. 일단 시내쪽으로 가서 생각해둔 음식점으로 이동하였다. 남송의 수도였고, 지금도 저장성의 성도 (제일 큰 도시)라 그런지, 시내에 여러 백화점과 상점들이 즐비하였다. 시내쪽에 있는 ‘항주주가‘로 갔는데, 이름부터 항주에 있는 항주주가 (중국에서 주가는 단순히 술집이 아니라, 술과 요리를 동시에 내오는 크고 고급 음식점을 의미한다) 라고 하니 아주 기대가 되었다. 알아보니 역시나 100년이 넘은 곳이었다.

좌: 항저우 시내. 우: 항주주가 입구

이곳에 들어와보니 넓은 건물의 두 층을 썼는데, 우리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1층은 물론이고 2층도 이미 절반 이상은 꽉차서 웅성웅성 하였다.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거지닭’을 먹기 위함이었다. 거지들이 진흙속에 연잎을 싸서 땅속에서 구워먹었다는 유래가 있어 ‘거지닭’이라고 하는데, 지금이야 당연히 위생적으로 잘 요리를 해서 이곳 항저우의 유명한 요리가 되었다.

오늘의 메인디쉬인 거지닭. 망치로 치는 퍼포먼스를 세번 해야 뚜껑을 열어주신다.

거지닭을 시키니 특이하게도 서빙을 해주시는 분이 거지닭을 싸고 있는 뚜껑을 열기 전에 망치로 거지닭을 세 번 때리라고 하셨다. 시키는 대로 거지닭의 딱딱한 겉껍질을 망치로 땅 쳤더니 크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시고, 두번째 칠 때도 마찬가지, 세번째 칠 때도 마찬가지로 큰소리로 뭐라고 하셨다. (나중에 알아보니 첫번째는 ‘길상’, 두번째는 ‘평안’, 세번째는 ’복‘ 이라는 뜻이란다) 원래 이전에는 딱딱한 진흙으로 싸던 음식이라 구운 흙을 깨야했는데, 이게 일종의 전통처럼 남았다고 한다. 퍼포먼스를 하고 까보니 연잎향에 은은하게 익혀진 닭 한마리가 나왔다. 먹어보니 ’와 압도적으로 맛있다!!’까지는 아니다만, 불에 구운 닭고기가 부드럽고, 배어있는 은은한 연잎향이 좋았다. 그 밖에 우리는 동파육과, 탕추리지, 춘권을 추가로 시켰다. 나머지는 항저우의 전통요리는 아니다만, 무난하게 맛있었다.

추가로 주문한 탕추리지와 동파육. 탕추리지는 탕수육의 기원이 되는 산동요리.

배도 채웠고 이제 항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서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를 보니 정말 망망대해여서 흡사 바다처럼 보였다. 찾아보니 석촌호수의 26배란다... 이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둘레를 걸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텐데, 정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호수였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건물들이 간혹 나와서 걷는데 아주 심심하지는 않았다. 서호는 자연호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계속 다듬은 호수라는데, 중국은 뭘하든간에 물을 파면 아주 제대로 크게 파는 것 같다.

흡사 바다같이 넓은 서호. 중간에 가로지르기 위한 다리도 있다만, 이 다리조차 길다.
서호 이모저모

걷다가 서호 둘레에 있는 유명한 탑인 ‘뇌봉탑’을 오르러 갔다. 탑 자체는 1000년도 전에 세워졌다만, 실제로는 무너져서 탑 밑바닥의 벽돌들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 탑은 현대에 철골로 지은 것이다. 그래도 다만 탑의 1층에는 남아있는 벽돌들을 유리로 감싸서 보호하고 있다.

현대적인 탑이라 그런지 아주 다행히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볼 수 있었다. 가보니 호수 전경과 저 멀리 ‘영은사’가 보였다. 아파트 10층보다도 높을 것 같은 탑 위에서 봐도 참 큰 호수였다.

저 건너편에 보이는 탑이 유명한 ’뇌봉탑‘이다.
뇌봉탑에서 보는 서호와 영은사. 탑 위에서 봐도 참 호수가 크다.

걷다가 걷다가 정말 끝이 없는 호수인지라 둘레를 다 돌지 못하고, 항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절 중 하나인 영은사로 향했다. 4세기 초에 창건한 이 절은 오래되었음에도 웅장한 대사찰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절의 입구가 본당에서 꽤 멀고 입구에서부터 상당히 많은 석상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영은사로 들어가보니, 여러 전각들이, 중간에 아주 큰 석벽에 글이 새겨져있었다. 사람들이 하도 만져대서 밝았던 돌이 색이 거무스름하고 반질반질해졌는데, 자기가 원하는 글자를 손으로 만지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석상으로 가득한 입구가 인상적이었던 영은사
영은사 전경. 극히 일부다.

웅장한 사찰인 영은사를 나올 때쯤 되니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산을 빨리 빠져나가야할 것 같으면서도, 불이 켜져있는 영은사도 상당히 멋있었다.

해진 후의 영은사

항저우를 구경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항저우 동역으로 갔다. 상하이에 도착하니 거의 밤 11시가 되어있었다.

상하이를 가기 위해서 항저우동역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차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