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중국의 명산, “황산”. 꼬치 맛집 “수호고육”
五岳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岳
'오악을 보고 나면 산을 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을 보지 않는다' - 서하객(徐霞客)
• 오전 6시. 숙소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황산까지 가는 봉고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숙소 근처인 황산동역에서 황산풍경구까지는 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야 하는 데다가, 교통편도 좋지 않아서 보통 봉고차를 이용한다. 가격은 크게 비싸지 않고, 보통 한국돈으로 2-3천 원이면 편도로 갈 수 있다. 봉고차는 황산 숙소 근처면 보통 알선을 해주는 것 같다.
• 일어나 보니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숙소 식당에서 10위안 (약 2000원) 밖에 안 되는 돈으로 죽순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고기 고명대신 죽순이 있는데, 약간 멸치국수에 둥굴레차를 섞은 듯한 꽤나 고소한 맛이었다. 산에 오르기 전에 든든하고 맛있게 한 끼를 하고 봉고차를 탔다.
• 봉고차는 여기저기 숙소를 3,4개쯤 들르고 사람이 많지 않은 새벽이라 쌩쌩 달려 황산 매표소 아래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비수기라 150 위안 (성수기에는 190위안)을 냈다. 입장료는 살짝 비싸다만, 그 유명한 황산이라 하기에 기대를 하며 들어갔다.
• 이 꼭두새벽에 누가 오나 싶다만, 이미 매표소 입구에는 꽤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1월인지라 비수기인데도 이 정도인데, 여름이면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으니, 앞에 물, 털모자, 장갑 등등 겨울산에 필요한 것들을 파는 좌판과 상점들도 이미 활발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눈보라가 미친 듯이 치니 산 위로 가면 얼어 죽겠다 싶어서 나도 귀여운 털모자를 하나 샀다. 관광지임에도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라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아니면 이게 비싼 값일지도…)
•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는데, 또 작은 셔틀을 타야 했다. 케이블카가 있는 운곡사역까지 가기 위함이었다. 사실 케이블카가 굳이 필요 없다면 표를 끊고 바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면 되긴 하다만… 관광까지 와서 1860 m 나 되는 높이를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당연히 케이블카 표를 끊었다. 케이블카 표는 편도로만 90 위안이었다. (약 18000원) 참고로 황산 광명정의 높이는 1950m인 한라산과 1700m인 설악산 사이 정도 되니, 평소에 등산을 좋아하면 아주 못 올라갈 높이는 아니기도 하다.
• 황산이 확실히 높긴 높은지, 장장 20-30분쯤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케이블카 치고 비싼 게 납득은 되었다. 오늘은 살짝 연무가 꼈다가 갰다가 해서 기암괴석과 더욱 잘 어우러지는 날씨였다.
• 올라가 보니 왜 황산을 보면 다른 산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러 기암괴석이 삐쭉삐쭉 솟아있는데, 한국 어디서도 이런 산은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남한에서는) 깎아지는 절벽에 소나무들이 어우러지고, 안개 위에서 어디선가 튀어나온 봉우리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아래와 같은 코스로 단결송 - 서해호텔 - 서해 대협곡 - 광명정 - 옥병루 - 옥병케이블카 코스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 코스를 따라 가는데, 생각보다 놀라웠던 것은 조금만 가다 보면 간식이나 식사를 파는 곳들도 중간중간 제법 있고, 심지어 은행도 있었다. 우리도 올라가서 간단하게 햄버거 세트로 점심을 때웠다. 서해호텔이라는 꽤나 큰 호텔도 있어서 1층 로비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면서 쉬기도 하였다. 아까 케이블카를 타서 정상까지 조금만 걸으면 되겠지 생각을 했는데, 남은 300 m 정도는 올라가기도 해야 했다. 황산도 꽤나 넓기 때문에, 주요 명소들을 가려면 반나절은 걸렸다.
• 서해호텔에서 좀 쉬고 대협곡으로 올라 가렸는데, 매우 안타깝게도 한겨울인지라 안전상의 이유로 협곡은 임시로 폐쇄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비래석으로 꺾어서 광명정 쪽으로 올라갔다. 저 멀리서도 광명정에 솟아있는 현대식 건축물이 하나 보이는데, 뜬금없기도 하고, 산과 은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긴 기상관측소라고 한다.
• 등산을 해서 광명정에 오르니, 여기가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있었다. 황산에 오는 사람들은 여기는 무조건 찍는 곳인 듯했다. 기상관측소 1층에는 음료수나 소세지를 파는 곳도 있고, 도시락을 싸 온 사람들은 다들 이곳에서 황산 풍경을 구경하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아까 햄버거를 먹은 지라 높은 고도에서의 황산을 조금 더 구경하고 쉬다가 다시 옥병루 쪽으로 내려왔다.
• 옥병루 가는 길은 좁은 바위틈이었는데, 이곳도 또 아까 봤던 황산 풍경과 다른 멋이 있었다. 다만 아까 오전 8시부터 부지런히 걸어서 그런가, 오후 2시가 넘은 시점에서는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더 많이 들었다.
• 걷고 걸어서 드디어 옥병루 케이블카에 도착을 하고,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거의 4시가 되어있었다. 새벽에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해가 지기 전까지 중요 랜드마크들은 다 못 봤을 것 같다. 아까 내려온 매표소가 아니라 다른 입구로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렸다. 산 주변에는 뭐가 많지는 않고, 저녁을 먹기 위해 우리는 ‘탕커우’라는 마을까지 버스를 탔다. 마을에 내려보니 아주 번화한 동네는 아니다만, 그래도 황산에 오르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있어서 그런지, 음식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 5시가 되기 전의 이른 시간이지만, 우리는 ‘수호고육’ (水浒烤肉)이라는 바베큐 꼬치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를 포함해서 2 테이블 밖에 없었다.
• 양, 소, 돼지 등등 다양한 고기와, 내장 꼬치들을 우리가 원하는 개수만큼 시켜서 먹을 수 있는 방식인데, 양꼬치처럼 돌아가는 무언가에 꽂아놓는 게 아니라, 중간에 커다란 숯불화로가 있어서 직접 꼬치를 놓고 익혀먹는 방식이었다. 그 밖의 야채와, 간장에 조려서 찐 삼겹살도 같이 시켰다. 요리도 맛있고, 스모키 한 향이 밴 꼬치들도 정말 맛있었다. 양의 신장도 시켰는데, 비주얼상 차마 나는 먹지 못하고, 같이 간 동료만 먹었다.
•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탕커우에서 숙소 근처까지 차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음식점에서 일하는 분이 전화를 해서 봉고차를 불러주셨다. 게다가 동료가 ‘황산에서 나는 차를 좀 사고 싶다’고 하니, 괜찮은 차 가게를 직접 가서 차를 구매하는 것까지 도와주셨다. 음식도 맛있는데, 직원 분이 친절하기까지 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저녁에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