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마음

by 지원

서울에 혼자 살게 되니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더욱더 하고싶은 공부를 하기위해, 즉 나에게 집중하기위해 혼자 온 만큼 많이 외롭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내가 나의 마음을 들어주기 시작한 뒤로 내 시간이 비로소 흘러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자주 외롭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오면, 나의 마음을 들어주고싶다. 하지만 외로움을 견디고 내면에 집중하기까지 꽤나 어렵다. 자꾸 무언가를 틀어두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다른 외부 자극으로 채우고 싶은것 같다. 시트콤을 틀어두고, 음악을 틀어두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들리도록 하는것 같다.

그 순간에는 분명 외로움을 잠시 잊을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의도적으로 만든 시간을 잃는다. 혼자 있기 위해 혼자 있는 것인데, 자꾸 그것을 잃게 된다. 돌려받고싶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잠시 정신을 잃는것 같다. 수많은 자극과 함께 드디어 나를 채워줄수 있는 유일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기에. 시간이 멈추지만, 너무 빠르게 흐른다. 다른 세상에 다녀오는 것처럼, 본래 내가 살던 세상과는 완전히 분리된 시공간이 제공된다. 묘사만 보면 내가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여서 그런것 같지만, 그렇다기보단 그저 내 마음을 채우고, 죄책감이 들지 않는 유일한 무언가이기 때문인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안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활용하는 것. 할줄도 안다. 그냥 모든 외부적인 것들을 차단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것. 글을 써도 좋지만 왠만하면 가만히 생각하는것이 가장 좋다. 자려고 누워 생각하는 자기 직전의 상태처럼.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지만, 사실 이동할때 더 잘되고,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혼자 있는 자취방에서는 너무나 두려운 것이다. 어느순간 너무나 외로운,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체감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전화하고싶은 마음이 불쑥, 빨리 이 여백을 다른 소음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이 불쑥, 그 결과가 나를 채우지 못한 다는 것이 바로 계산되기때문에 결국 씁쓸해진다.


이제는 누군가와 만나 웃는 얼굴을 나누며 공감의 말을 주고 받는것도 내키지 않는다. 물론 안다. 그 시간과 공간과 느낌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고 자신감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은 나의 비상약이다. 내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롭거나, 우울할때 써야하는 처방이지, 아무때나 남용하다간 내성이 생겨버릴수도 있다. 사실 이것은 두번째 이유이고, 그 시간이 끝나면 허무하다. 더욱더 외롭다. 술에 취해서 집에 오든, 맨정신으로 좋은 고민을 갖고 돌아오든, 어쨋든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은 더욱 괴롭다. 그렇기에 결국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럼 남자친구는 육체적 의지가 가능하다는것 말고는 뭐가 더 의미가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허무주의적으로 고민하는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삶에는 의미가 없는걸 어떡해.


이렇게 생각하니 아무 의미가 없지만 항상 열심히 하는 것이 있다.


1. 나를 알기 위해 고민하는 것

2. 아침에 옷을 고르는 것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이 두개이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별다른 특별한 동기가 없어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니까. 아 또있다.

?. 사진찍는 것


너를 알면 어쩔건데? 항상 옷장의 옷은 똑같은데 왜이렇게 열심히 고르는 건데? 사진은 몇번 다시 보지도 않는데 왜 찍는데? 디테일하고 논리적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하도록' 한다.

이게 내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일까. 내가 평생해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걸.


나는 확실히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람인것 같다. 좋은 말로 '장면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연출은 보여지기 위해 꾸미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겉멋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것이 힘든 거겠지. 그래도 알게되어서 기쁘다. 나는 진짜이면서, 내가 만드는 것은 내가 보기에 아름답도록 하면 되는 거니까. 난 할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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