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책방투어

테마여행, 서울

by jiya

2026년 연초는 책이 술술 읽힌다. 이전부터 책방투어를 하고 싶었는데,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고민하다 독립서점의 성지라는 가좌역으로 향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서며 코로 들이쉬는 공기는, 아직 조금 쌀쌀하지만 제법 간질거리는 봄바람이 섞여 있었다. 어릴 적 운동회날의 아침 공기 같은, 청량한 맛이었다.


자주 가던 서울이지만, 오늘은 여행을 하는 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든 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기분을 내보려 평소와는 다른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천천히 도착했는데, 예상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버렸다. 책방 예약은 12시인데.. 모처럼이니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한적한 아침 연남동의 모습. 참 살기 좋다고 생각했다. 산책로로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한참 따라가다, 꽃나무 한그루를 발견했다. 때를 잘못 맞춘 벚꽃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작은 매화나무였다. 오전 산책을 하지 않았으면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1. 피프티북스

점심시간이 애매해 빵과 커피를 산 뒤, 예약했던 책방으로 향했다. 이전부터 눈여겨보던 예약제 서점인데, 책과 사람들이 소통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피프티북스는 기본적으로 2시간 이용할 수 있고, 예약금에 마음선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로 산다는 것’을 마음선물로 고른 후, 추천하는 책도 몇 권 골랐다. 그림책도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주제가 명확하고 생각해 볼 내용이 많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피프티북스의 가장 큰 특징은, 책 여기저기에 다른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구경하고, 따라서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게 더 재밌어서 2시간 동안 많이 움직였다:) 함께 쓰는 일기에서는 비슷한 고민에 고개를 주억거렸고, 방명록에서는 “책이 중심이 되는 공간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천 원을 내고 랜덤으로 문장을 뽑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슬픔에 이름 붙이기’ 책의 문장이 나왔다. 마침 예약시간이 끝나갈 때 뽑았던 터라, 문장이 유독 와닿았다. 충만한 2시간이었다.


2. 서점 리스본

피프티북스에서 나온 후, 근처에 있는 서점 리스본으로 향했다. 이 책방은 생일책과 MBTI 책, 비밀책 등 테마책을 파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참 구경을 하다 내 생일책과 친구 생일책을 하나씩 샀다. 가격은 조금 나가지만, 생일책을 고르면 원하는 향수, 책갈피, 스티커를 골라 포장해 주고 생일 날짜에 따라 랜덤으로 책을 살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3. 그림책방 곰곰

피프티북스에서 그림책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갈까 말까 고민하던 곰곰 책방도 잠시 들리게 되었다.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을 잘 모르겠어서 눈으로 쭉 둘러보다가, 수채화처럼 예쁜 그림책을 발견했다. 조금 두꺼워서 다 읽지는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사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4. 어쩌다 책방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소품샵도 들르고, 여기저기 골목 구경도 하면서 홍대입구 쪽으로 향했다. 가좌역과 홍대입구역의 중간쯤에 있는 어쩌다 책방은 책방과 전시관의 느낌이 함께 드는 공간이었다. 이번 달의 메인 쇼룸에서는 함윤이 작가님의 책을 메인으로 소개하고 있었고, 뒤쪽에는 책방에서 추천하는 다양한 책이 있었는데, 베스트셀러가 아닌 저스트셀러가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 독립서점의 매력은 이런 색다름이라고 생각했다.


소개하는 책 중에서 ’ 길 잃기 안내서‘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 사실 오늘 책방투어가 원래 계획과 계속 다르게 흘러가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말이구나, 싶었다. 책 소개처럼, 기꺼이 길을 잃는 하루를 보내자고 생각했다!


5. 문학살롱 초고

홍대입구에서 합정역으로 발걸음을 옮겨, 문학살롱 초고로 향했다. 책중의 책은 술책이라는 말을 들은 뒤, 술이 약한 나도 술책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은 곳이었다. 이곳은 문학 칵테일이라고 해서 주제에 맞게 책과 칵테일을 함께 주는 곳이었다.


이른 저녁에 도착해서 그런지 손님이 없었고,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칵테일 중 도수가 가장 약한 ‘식물원’을 골랐는데, 칵테일에서 시원한 오이 맛이 났다. 오이 맛 술은 처음 먹어보는데, 책과 함께 마시니 열대 식물원에서 물을 마시는 식물이 된 느낌이 들었다.

발길 닿는 대로, 부지런히 파닥파닥거린 당일치기 책방투어.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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