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즐기는 일본

테마여행, 서울

by jiya

연휴가 생겨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다소 급하게 정해진 탓에 해외는 뒤로 미루고,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서울에서 즐기는 일본 테마여행을 홀로 해보게 되었다.


1. 요키코히

첫 번째 목적지는 사당에 위치한 요키코히:) 남성역 4번출구에서 골목을 따라 쭉 걸어오면 나오는 브런치 가게이다. 이전에 미용실에 갔다가 우연히 찾아서 들리게 된 가게인데, 음식도 맛있고 가게 분위기도 좋아 테마여행 일정을 짤 때 맨 처음에 넣었던 장소이다. 가게 내부에서 일본 노래를 계속 틀어주는데, 지난번에는 일본 씨티팝을 틀어주고 이번에는 지브리 ost를 틀어줘서 정말 일본에 있는 가게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사실 남성역은 볼거리가 크게 없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와야하는 동네인데, 오직 이 가게 하나만으로 들릴 가치가 있었다.

지난번에 나폴리탄을 먹어봐서 야끼소바를 먹어볼까 고민했었는데, 야끼소바는 다른 가게에서도 먹을 수 있을것 같아 나폴리탄을 다시 시켜봤다:) 가격에 비해 양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나폴리탄 특유의 케챱맛이 잘 느껴지고 면을 푹 삶아 집에서 먹는 스파게티 같은 느낌이라서 좋았다. 나폴리탄의 단점은 조금 먹다보면 맛이 물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 가게는 맛 변화를 위해 치즈가루와 핫소스를 준다. 반쯤 먹은 후 두개 다 뿌려서 먹어봤는데 치즈가루는 스파게티를 조금 더 꾸덕하게 만들어서 좋았지만 맛 변화가 크진 않았고, 핫소스는 나폴리탄의 감칠맛을 끌어올려서 나는 핫소스가 조금 더 취향이었다.


이 가게는 라스트오더가 오후 4시 반으로 이른 편이라, 지난번에 왔을 때는 푸딩이 다 떨어져서 먹지 못했었다. 오늘은 12시 반쯤 갔더니 푸딩이 남아 있다고 해서 얼른 시켰다. 나폴리탄이 조리되기 전에 푸딩부터 나와서 한입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밀도감이 있는 단단한 푸딩이었다. 숟가락으로 잘 잘리지 않아 먹는게 조금 어려웠지만, 그만큼 진하고 기포 하나 없는 완벽한 푸딩이었다.


이 가게의 또 하나의 별미는 얼그레이 라떼! 가끔 카페에서 얼그레이 아메리카노를 파는 경우도 있고, 없을 때는 주문해서 먹기도 쉽지만 얼그레이 라떼는 보기 드문 메뉴라 특색있는 것 같다. 밀크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시기 부담없을 메뉴인데, 커피가 들어가서 많이 달지도 않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2. 열린송현 녹지광장

원래 두번째 목적지는 안국역에 있는 푸드떼 라는 카페였다. 말차파르페로 유명하다는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이 닫혀있었다. 분명히 오전까지도 영업중인 걸 확인하고 출발했는데, 그새 문을 닫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안국 특유의 활발한 분위기 덕분에 덜 속상했고, 걸어가다 뜻밖의 선물같은 풍경도 만나게 되었다.


드넓게 여러 들꽃이 펼쳐져 있는 평화로운 공원이었는데, 찾아보니 열린송현 녹지광장이었다. 빨간 양귀비와 파란 작은 꽃이 너무 조화롭고 예뻐 한참을 걸었다:)

양귀비를 따라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장미가 가득한 산책로가 나왔다. 원체 들장미를 좋아하기도 하고, 여기에 심어놓은 장미는 처음보는 색들도 있어 여유롭게 천천히 둘러보았다. 피어있는 꽃의 수만큼 행복했다.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서 셀카도 한번 찍어봤다.


3. 아소토 베이커리

다음 목적지는 을지로에 있는 아소토 베이커리. 을지로3가 역 9번출구에서 쭉 올라오면 있는데, 유명한 가게라서 그런지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여기도 재방문한 가게인데, 원래 사이폰 커피가 유명하지만 많이 걸어서 덥기도 하고, 이번엔 다른 커피도 먹어보고 싶어 샤케라또를 시켰다. 빵은 메론빵이 메인인데, 지난번에 먹어봤을 때 좀 달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소금빵을 시키고 선물용으로 대표 빵을 2개정도 포장했다.

담백한 빵이 먹고 싶었던 터라 소금빵을 고른 건 좋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샤케라또는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여기는 일자로 된 테이블 석이 있어 주방을 마주보고 혼자 앉을 수 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날벌레들이 단내를 맡고 주방쪽으로 자꾸 날아오는 것도 신경쓰였다. 그래도 사이폰 커피가 보글보글 끓는걸 가까이서 보는건 역시나 즐거웠다:)


4. 바이닐 성수

저녁을 먹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예정에 없던 lp카페를 일정에 넣게 되었다. 이전에 뚝섬 쪽을 지나가다가 보게 된 가게인데 언젠가 가봐야지- 했던 곳이라서 이참에 들리게 되었다. 뚝섬역 1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물 2층에 있다. 입장권에 음료가 포함되어 있었고 한 테이블당 3개의 lp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디즈니,해리포터 ost 이렇게 3개를 들고왔다! 원래 마녀배달부 키키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찾지 못했다. lp판은 많았는데 대중적인 음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적은 편이었다.


턴테이블 사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첫 번째 lp를 들을 때는 조금 헤맸다. 헤드폰은 다이슨 제품인데 음질도 잘 들리고 lp 특유의 지직거리는 소리도 들려서 감성적이었다:) 내가 가져온 3개의 lp중에서는 해리포터 ost가 가장 좋았다. 오르골 같은 작은 소리까지도 잘 들려서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디즈니 lp에서 처음 들어본 nobody like u도 좋았다.


5. 핫쵸 성수점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핫쵸! 성수점이지만 뚝섬역에서 더 가까운 곳이었다. 원래는 오코노미야끼랑 야끼소바를 둘다 먹고 싶었는데 배가 불러서 오코노미야끼만 시켰다. 이래저래 야끼소바와는 연이 없던 하루였다. 음료는 하이볼을 시킬까 고민하다가 내일도 다른 일정이 있어 제로콜라로 시켰다.

막상 오코노미야끼를 시키고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숙주가 많아서 볼륨감이 있었고, 소바면이 꼬득꼬득 씹히는 게 재밌는 맛이었다. 소스 맛이 강해 야끼소바를 먹지 않아도 어떤 맛일지 예상이 됐다. 3번째 조각부터는 조금 느끼해서 이치미를 왕창 뿌려먹었다.


혼밥석이 있었지만 식사보다는 안주 느낌이 강해, 술을 즐겨하지 않는 나로서도 다시 온다면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시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치기로 해본 서울에서의 일본투어. 계획했던 것과 달라진 부분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알차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 것 같다. 홀로 다니는 여행이 그립기도 했던 터라, 몸속 구석구석 오늘의 감각이 남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지역에서 시리즈로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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