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인간, 잔혹한 기계: AGI가 선택할 미래
하늘을 처음 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엔 늘 논란이 따른다.
어떤 기록은 프랑스의 클레망 아데르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브라질의 산토스 뒤몽을 얘기한다.
하지만 역사는 라이트 형제의 이름을 기억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기록을 남겼고, 특허를 확보했다.
아이디어나 시도는 많았지만, 먼저 증명된 기록이 역사가 됐다.
나는 요즘 글을 쓰면서도 똑같은 긴장감을 느낀다.
내가 흘린 데이터가 언젠가 AI 학습 재료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냥 두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그래서 결론을 냈다. 먼저 기록해야 한다.
세상은 잘 쓴 글보다 먼저 쓴 글이 이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
블로그든, 브런치든, 서브스택이든, 인스타그램 같은 SNS라도 상관없다.
내 이름으로 퍼블리싱하는 순간, 이 데이터는 내 거라는 흔적이 남는다.
논문, 아티클, 칼럼, 책 출판은 더 확실하다.
AI가 무단으로 학습한다 해도,
적어도 “원본은 여기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기록은 다 똑같지 않다.
블로그, SNS는 속도전이다. 빨리 남기고 선점하는 데 강하다.
하지만 휘발성이 크다.
브런치스토리와 서브스택은 아카이빙용이다.
깊이와 무게가 남지만 확산은 제한적이다.
칼럼, 논문은 권위가 붙는다. 누가 봐도 공식 기록이다.
마지막은 책이다. ISBN이 찍히는 순간, 세상에서 제일 오래가는 증거가 된다.
똑똑한 이는 블로그로 시작해 책으로 마무리한다.
기록의 경중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기록은 속도, 무게, 권위, 영속성 네 가지 축에서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다.
언젠가는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고갈되는 순간이 온다. 그게 정상이다.
공부하려면 책을 사야 하고, 음악을 들으려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AI도 다르지 않다. 학습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결국 소송은 잦아지고, 시장은 커질 것이다.
음악 저작권 시장이 그랬듯이, 글과 데이터도 하나의 산업으로 재편될 거다.
지금은 공짜처럼 돌아가지만, 곧 돈이 움직이는 구조가 된다.
내가 배운 교훈은 단순하다. 데이터를 지키고 싶으면 기록부터 하자.
노트에만 써두지 말고, 공개된 곳에 남기자. 그래야 훗날 무기가 된다.
AI는 모든 걸 집어삼키겠지만,
기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미래를 살게 된다.
앞으로는 잘 쓴 글이 아니라, 먼저 쓴 글이 이길 지도 모른다.
솔직히 마음이 편하진 않다.
글이란 원래 얼마나 잘 썼느냐, 얼마나 사람을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니까.
기록이 무기가 된 건 맞지만, 동시에 기록만 남기면 승자가 되는
세상이 진짜로 오면 씁쓸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