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을 찾지 마라, 전문성을 꺼내라

평생남의일만할거야? (번외편)

by 손동진

숫자가 흥미롭다.

최근 조사에서 대기업 재직자 51%, 취업준비생 47%, 스타트업 재직자까지 포함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이 지난 1년 안에 창업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역대 최고 수치다. 그런데 실제 창업기업 수는 2021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4%가 줄었다.


꿈꾸는 사람은 늘었는데, 실제로 뛰어드는 사람은 줄었다.

이 역설이 말해주는 게 있다. 창업이 두렵다는 것이다. 막막하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두려울까.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더 들여다보면 숫자 안에서 갈린다. 숙박·음식점업 창업은 11.8% 줄었다. 반면 정보통신업은 17.5%,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은 5% 늘었다. 아이템 하나 잡고 뛰어드는 생계형 창업은 줄고,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나오는 기술 기반 창업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이 이미 답을 내놓고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창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고,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전문성을 들고 나오는 개업은 살아남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창업을 생각할 때 아이템부터 찾는다.

요즘 뭐가 뜨나, 블루오션이 어디 있나, 어떤 프랜차이즈가 잘 되나. 정작 자기 손에 이미 쥐어진 것은 보지 못한 채 밖에서 답을 찾으러 다닌다.

10년 동안 영업을 해온 사람의 손에는 고객을 읽는 감각이 있다. 5년 동안 마케팅을 해온 사람의 머릿속에는 시장을 보는 눈이 있다. 7년 동안 개발을 해온 사람의 손가락에는 문제를 푸는 기술이 있다. 그게 전부 개업의 재료다. 아이템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에서 시작하는 것, 그게 준비된 개업과 무모한 창업의 차이다.


의사는 개업한다. 변호사도 개업한다. 세무사도, 건축사도 개업한다. 그런데 왜 마케터는, 영업사원은, 개발자는, 디자이너는 개업을 생각하지 않는가.

면허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문성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격증이 있어야 개업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은 자격증을 보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을 찾는다. 고통을 없애주는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이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자격증을 가졌는지는 두 번째 문제다. 현장에서 10년을 버텨온 사람의 감각은 어떤 자격증보다 강하다. 그 감각을 들고 나오는 것, 그게 개업이다.


창업이 두렵다면, 아직 리허설이 부족한 것이다.

무대 위에 서본 적 없는 사람은 조명이 켜지는 순간 얼어붙는다. 대사를 외웠어도, 동선을 알아도, 실전은 다르다. 리허설을 수백 번 한 사람은 다르다. 무대가 낯설지 않다. 조명이 켜져도 몸이 먼저 움직인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바로 그 리허설 무대다. 고객을 만나고, 문제를 풀고, 돈의 흐름을 보고, 사람을 설득하는 모든 순간이 연습이다. 그 연습을 진심으로 한 사람과 그냥 때운 사람은 나중에 본 무대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낼 것이다.


사표가 먼저가 아니다. 더 치열한 리허설이 먼저다.

리허설이 끝난 사람은 굳이 용기를 짜내지 않아도 된다. 준비된 사람에게 개업은 결심이 아니라 그냥 다음 단계일 뿐이다. 당신 손에 이미 답이 있다. 아이템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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