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의 삐딱한 비평
영화 《아이언맨》의 첫 장면을 떠올려보자. 기자들이 쏟아지는 질문 속에 토니 스타크에게 묻는다. "당신이 아이언맨입니까?" 그는 잠깐도 망설이지 않는다. "I am Iron Man." 그 한 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그 순간부터 스타크 인더스트리는 단순한 방위산업체가 아니다. 토니 스타크가 만든 세계가 된다. 브랜드는 더 이상 로고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갖게 된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을 회사보다 창업자의 캐릭터가 먼저 기억된다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 마크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 일론 머스크의 우주 이야기. 이건 패션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회사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장치다. 사람들은 제품보다 사람의 서사를 기억한다. 몇 달 전 서울에서 열린 AI 행사에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가 등장했다. 야구모자를 눌러쓴 채로. 그날 그는 데이터 기업 CEO라기보다 어딘가 괴짜 같은 철학자에 가까웠다. 안두릴을 창립한 팔머 러키의 비치 패션은 또 어떤가. 짧은 등장만으로도 사람들은 회사를 설명할 이미지를 얻었다. 창업자가 등장하면 회사는 훨씬 이해하기 쉬워진다.
한국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배달의민족을 만든 김봉진은 스스로를 '스타트업 CEO'처럼 보이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디자이너 같은 창업자였다. 책을 추천하고, 글씨체 이야기를 하고, 브랜드 디자인을 이야기했다. 배달 앱 회사 창업자가 타이포그래피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꽤 신선했다. 사람들은 그를 통해 회사의 성격을 이해했다. "이 회사는 크리에이티브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곳이구나." 창업자 캐릭터가 곧 브랜드 설명서가 된 셈이다. 한국 유통업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 브랜드를 가진 사람도 있다. 정용진. 사람들은 그를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용진이형. 전략은 몰라도 이건 안다. "용진이형 또 뭐 했대." 그 순간 기업 뉴스는 기업 뉴스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가 된다. 사람 이야기는 생각보다 멀리 퍼진다.
창업자 개인브랜딩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사실 위기 때문이다.
사업은 언젠가 반드시 흔들린다. 제품 문제, 노동 문제, 가격 논쟁. 그때 사람들은 묻는다. "도대체 누가 책임지는 거지?" 여기서 얼굴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차이가 생긴다. 최근 한국의 한 거대 이커머스 기업이 국제적인 논쟁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물류 노동 문제, 근무 환경, 독점 논쟁. 회사 이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했다. "그 회사를 만든 사람은 누구지?" 기업은 유명한데 창업자의 얼굴과 철학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논쟁은 기업 대 사회의 싸움처럼 흘렀다. 기업은 추상적이다. 그래서 공격받기 쉽다. 만약 그 회사에 대중이 알고 있는 창업자 캐릭터가 있었다면, 논쟁의 온도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회사와 싸우기보다 사람과 대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많은 창업자들이 개인브랜딩을 그저 '유명해지는 것' 이라고 오해한다. SNS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다. 창업자 개인브랜딩의 진짜 기능은 네 가지다. 회사의 철학을 설명하고, 위기 때 방패가 되고, 인재를 끌어오고, 투자자를 설득한다. 회사 브랜드는 제품을 설명한다. 창업자 브랜드는 회사를 설명한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사업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그래서 브랜드도 결국 사람이다.
회사가 커질수록 창업자는 뒤로 숨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때일수록 앞으로 나와야 한다. 위기 때 사람들은 로고가 아니라 얼굴을 찾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