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의 삐딱한 비평
유튜브는 슬그머니 롱폼으로 방향을 틀었고,
TV 광고가 디지털 광고보다 효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한국광고주협회와 한국광고학회 연구팀이 발표한 데이터는 꽤 충격적이었다. 같은 예산을 집행했을 때 TV 광고의 평균 도달당 비용은 105만원, 디지털은 346만원.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10년 넘게 "TV는 끝났다, 디지털로 가라"는 말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 숫자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유튜브 CEO 닐 모한은 연례 서한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스튜디오급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것을 단순한 UGC로 치부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유튜브 숏츠가 하루 2,000억 회 조회수를 찍는 와중에, 플랫폼의 실제 전략은 롱폼과 라이브였다. 숏폼이 세상을 집어삼킨 줄 알았는데 이상한 일이다. 15초짜리 영상이 수십만 '좋아요'를 받고, 3줄 요약이 기사를 대체하고, 사람들의 집중력이 금붕어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넘쳐났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숏폼은 편하다.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고, 스크롤 한 번에 다음 영상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뭔가 남지 않는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유튜브를 자주 보는 독자라면, 유독 야생동물을 소재로 한 자극적인 숏폼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이런 콘텐츠는 한번 접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노출이 될 뿐 아니라, 거짓인 걸 알면서도 중독적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BGM, 같은 편집 패턴, 같은 썸네일 구도. 처음엔 신선했지만 이제는 뭔가를 봐도 본 것 같지 않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맥락은 없고, 영상은 많은데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는 줄어들었다.
롱폼은 그 빈자리를 채운다. 20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인터뷰 대상자의 진심을 담고, 사안의 배경을 설명하고, 취재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줄 때 — 그건 더 이상 영상이 아니라 저널리즘이다. 예전에는 신문 기자와 TV 앵커가 하던 역할을, 이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차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하드웨어가 이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65인치 스마트TV가 중산층 거실의 표준이 됐다.
유튜브 앱이 기본 탑재된 대형 화면 앞에 소파를 끌어당겨 앉는 경험은, 6인치 스마트폰을 세로로 들고 엄지로 스크롤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몸의 자세가 달라지면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진다. 유튜브가 TV를 닮아가는 게 아니라, 유튜브가 원래 TV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진짜 원하는 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그것을 큰 화면에서 느긋하게 보고 싶었다. 광고주도, 플랫폼도, 크리에이터도 — 결국 그 욕구 앞에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숏폼의 시대라고 불렸던 지난 몇 년은, 어쩌면 긴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한 긴 우회로였는지도 모른다. 그 우회로의 끝에서 우리가 다시 만난 건, 사실 아주 오래된 것이다. 불 앞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 긴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어 하는 본능. 플랫폼이 바뀌고 화면이 커졌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이겼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