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벤처였는데 말이야
네이버에 스타트업을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스타트업 Start-up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뜻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창업기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붐이 일었을 때 생겨난 말로, 보통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지칭한다.
나의 첫 회사는 스타트업이었다. 고위험, 고성장, 고수익의 가능성을 지닌 인터넷 기반의 회사. (기술이 기반이었다고는 감히 말할 수가 없다. 왜냐면 우리 회사의 첫 웹사이트에는 장바구니 기능조차 없었으니까) 나는 스타트업에 출근하는 그 날까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알 지 못했다.
출근 첫 날 공동창업자 중에 한 분이 우리의 업무와 역할과 회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의 사무실은 겨울 바람이 그대로 통과하는 알루미늄 샷시로 무장한 공간이었다. 흔한 화이트보드가 없어 주먹 한 대면 다 부서질 것 같았던, 얇은 창문을 칠판 삼아 무언가를 자꾸만 써나갔다. 그런데 자꾸 문장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썼다. 처음 들었던 말이다. 잘 모르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나는 질문하기 보다 핸드폰으로 몰래 검색해봤다.
아.. 벤처기업이라는 거구나. 처음 알게 됐다. 스타트업이라는 거는 결국 벤처기업이 아닌가?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아니고 기술로 커가는 회사라니까 벤처기업 맞잖아?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정말로 그럴 듯 했다. 그러나 그 날 그 스타트업의 정신과 역할을 설명하던 창고와 같았던 사무실과, 얇디 얇은 창문의 틈새로 스며들어오던 찬 바람과 나와 같은 인턴들의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그럴 듯 한 건 없었다.
출근 첫 날의 일정은 회사에 대한 강의, 점심 식사, 그리고 박스 포장이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누가 뭐래도 박스 포장이었다. 내가 출근했을 때는 이미 회사의 서비스가 런칭을 앞두고 있었고, 첫 박스가 고객에게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나를 포함한 4명의 인턴은 핑크색의 박스를 접고, 화장품들을 넣고 리본을 맸다. 내가 생각했던 화장품 회사 마케팅 인턴의 업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멋들어지게 타겟을 분석하고, 광고 문구를 작성하는 것을 상상했지만, 결국 나는 어떻게 하면 예쁘게 리본을 맬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스타트업이라는 게 이런 건지, 아니면 이 회사가 이런 건지, 아니면 사회 생활이라는 게 이런 건지 알 턱이 없는 대학 4학년 생은 그렇게 한 달 짜리 인턴을 시작하고 있었다.
첫 출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과연 내가 좋은 선택을 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인턴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물론, 한 달이라는 시간은 참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