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텍스트힙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얼마 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올해 6월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약 15만 명이 몰리며 이 현상을 증명하였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종이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였는데 활자 중독 호소인의 입장에서 이는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다. 활자를 읽고 생각을 기록하고 이를 공유하는 행위가 오글거린다고 하는 일부에게 당당하게 전시해 보일 수 있는 방증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문과 붐은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교보문고에는 아침부터 책 구매 오픈런이 이어졌고, 수상 이후 엿새 만에 한강 작가의 작품은 100만 부가 팔렸고 서점 매출은 40%p가 증가하였다. 당연하게도 출판사와 인쇄 업체의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으며 텍스트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에 MZ세대들의 문해력 논란에 관한 기사를 여럿 본 기억이 있다. 어휘력이 기준 미달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 속 마주한 텍스트힙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누구는 이것이 '허세'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이 허세마저 반갑다. 원래 사랑도 '하 진짜 이상한 애야~'라고 하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법이니까.
나는 릴스와 숏폼이 난무하는 소셜미디어 속을 헤집고 유영하며 여러 매거진 계정과 블로그들을 디깅 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슉슉 지나가는 릴스와 달리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내 맘대로 곱씹으면서 읽고 생각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릴스도 반복 재생이 가능하니 시간제한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 mood가 다르다. 마치 컵라면으로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것과 고급진 오마카세에서 식사를 하는 것의 차이랄까 난 비록 오마카세를 가본 적은 없지만)
음악을 들을 때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들의 앨범이 발매되면, 앨범소개를 함께 읽으면서 감상을 한다. 마치 수능 국어 지문의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것처럼 이 노래의 탄생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능은 틀리면 끝없이 내가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휩싸이지만 앨범 의도의 파악은 새로운 식견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차이가 존재하기는 한다. 당신도 이 재미를 느껴보기를. 자연스럽게 문장 구성력과 단어의 창의적 선택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건 덤.
아래 사진은 활자 중독 호소인이 특히 아끼는 앨범 소개 글들이다. 이후의 글에서도 몇 가지 더 소개해보자 한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앨범 소개는 나의 최애 가수의 이번 앨범 소개 글이다. 슬픔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잔잔한 위로를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인사이드아웃에서도 슬픔이란 감정에 선호도와 공감도가 낮을 정도이지만 슬픔을 보듬어가며 살아가면 삶의 원동력과 생기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소개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이유의 Love Poem 소개글이다. 특히 첫 번째 문장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는 나의 머리를 띵하게 했다. 과연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이타적 행위는 진정 타인을 위한 것이었는가? 타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위로하는 건 단지 내가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그 상황에서 속히 벗어나고자 위로를 건넨 것은 아닌지, 그럼 이것마저도 '나'의 안위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모습이 아닌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저 우리 모두가 온전히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