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 티켓은 몇 등석?
"유해를 안전하게 이송하려면 일등석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타이타닉 침몰 당시 일등석 명단이 최근 경매시장에 나왔다
경매 낙찰가는 무려 10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I'm flying!"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타이타닉의 선수에서 양팔을 벌리고 외치는 이 대사와 장면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 만큼 유명하다
시대의 권력과 계층에서 벗어난 완전한 자유와 해방의 의미랄까!
이십여 년이 훨 지나버린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지만 당시 내가 느꼈었던 오롯한 감정이다.
비운의 여객선 타이타닉호는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여러 인종, 계층을 품은 채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튼에서 뉴욕으로 향했다
그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1,2,3등이라는 티켓 가격에 따라 각자 다른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꿈을 이야기하며 고요하고 차디찬 대서양 바다를 지나고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선상파티가 프라이빗하게 열리는 1등석과, 화물과 같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열악한 3등석의 비교는 당시 시대의 계급구조를 반영한 듯 하다
당시 1등석이 30파운드, 2등석이 13파운드, 3등석이 8파운드였다고 한다
1등석과 3등석의 차이는 거의 4배. 즉, 부유한 자(자본가)와 가난한 자(노동자 및 이민자)로 나뉘었다
생존율 또한 그들이 지불한 티켓요금과 비례했다
빙산과 충돌 후 그 들의 생존율은 1등석이 63%, 2등석이 43%, 3등석이 25%라고 하니 티켓값에 따라 생사가 갈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1등석과 3등석에 탄 생명의 가치는 단 돈 22파운드였다
유류품이나 유해 인수조차도 1등석 탑승자에만 해당되었고 싸구려 티켓을 가진 이들에게는 죽음의 사실조차 잊히게 되었다
20세기 초 세계는 제2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중세의 귀족과 농노의 주종관계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관계로 계층이 변하였다
부와 권력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극단적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도구로써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를 파고들며 자연스레 새로운 주종관계를 만들어갔다
제2차 산업혁명으로 더욱 쌓여가는 문명의 이기와 자본은 가진 자들(자본가)의 몫이었으며 노동자들은 싼 값에 그들에게 노동력을 팔아야 했다. 그마저도 서로 팔기 위해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경제적 불평등이 낳은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민낯에는 노동자와 이민자의 인권 따위는 없었다. 그냥 착취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얼굴을 한 21세기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경쟁구도 속에서도 사회적 분배와 형평성, 그리고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지금은 1912년 대서양의 차디찬 바닷속보다는 따스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5년. 미국은 관세라는 무기를 타이타닉에 실은 채 전 세계의 바다를 휘저으며 차가운 기류를 곳곳에 남기고 있다
1912년 1,2,3등석 티켓가격으로 생명의 가치를 나누었던 타이타닉에 현재 우리의 3,500억 달러 티켓은 몇 등석을 의미하는 걸까?
현대판 타이타닉은 마치 이렇게 요구하는 듯하다
"관세라는 빙산에 부딪혀 생존율을 높이고 억지로라도 살아가려면 일등석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스마트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