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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그런 Feb 16. 2024

3. 신규 교사의 어리바리 첫날

업무도 수업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던,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

 공포의 기간제 계약에서 무사히 벗어나 교육청으로 향했다. 대학 동기, 실습 동기 등 여러모로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관리자는 발령학교를 발표하며 덕담을 한 마디씩 해주었다. 한 명, 한 명씩 호명하다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선생님 학교는 북한 사람들이 많아.”


순간 멈칫했다. 이게 덕담인가? 의아한 얼굴로 악수를 했다. 하지만 덕담인지 아닌지 생각할 틈도 없이 교감의 차에 실려 학교에 도착했다. 그렇게 고대하던 첫 학교였다.


업무 분장이 주어졌다. 신규 교사에게 희망서는 사치였다. 주어진 업무가 바로 내 업무이니라. 나는 실눈을 뜨고 내게 주어진 업무를 보았다.

'3D 업무만 아니기를.'


교사들에게는 3D 업무라고 모두가 기피하는 업무들이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돌봄 교실, 방과후학교, 학교폭력이 바로 그 업무였다. 신규 교사인데 배려해주지 않았을까? 희망을 잠시 품어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당첨이었다.


'2학년, 방과후학교'


그렇게 기념비적인 나의 첫 3월이 시작되었다. 방과 후 업무는 둘째치고 수업이 걱정이었다. 실습 때 해 본 수업이 다인데, 하루종일 내가 아이들과 지낼 수 있을까? 모든 수업을 다 할 수 있을까? 급식은? 걱정도 불안도 많은 성격이어서 1교시 수업 시작 전부터 안절부절못했다. 자습 시간에는 독서를 시키면 되나? 9시 땡치면 시작하면 되는 건가? 핸드폰 속 시각만 자꾸 바라보았다.

9시, 이제 시작하면 되나?


교단 중앙에 섰다. 몇 번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역시나 떨렸다. 많은 아이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분필로 내 이름을 썼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 아이들을 보았다. 2학년은 생각보다 작았고 귀여웠다. 보통 사람들은 귀여운 아이들에게는 다들 상냥하고 친절한 말투를 사용한다. 나도 그랬다.

"수업 시작해 볼게요. 여러분, 교과서를 펴 볼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몇몇 아이들이 서 있었다. 수업 시간 종이 쳤는데 서 있었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해하고 싶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혹시 어디가 아픈 걸까요? 앉아볼까요?"

내 말에도 그들은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았다. 웅얼거릴 뿐이었다. 몇 번의 질문 끝에 나는 대답을 얻었다.

"다리가 아파서 못 앉겠어요."

"그럼 조금 서 있다가 나으면 앉아볼까요?"

식은땀이 났다. 이런 건 대학교에서도 실습에서도 배우지 않았다. 수업을 시작했는데 앉지 않는 아이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울고 싶었다. 다리 아파서 수업 시간에 서 있겠단 말은 처음 들었다.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아이들이 제자리에 모두 앉은 건 수업이 꽤 지나고 나서였다.


시작부터 꼬였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얼렁뚱땅 아이들을 보낸 후, 교실에 혼자 남았다. 의자에 털썩 앉으니 그제야 끝났구나 싶었다. 그러나 휴식도 잠시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교감의 호출이었다.


"선생님, 아침에 핸드폰을 자꾸 보던데요. 신규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되지 않겠어요?"


억울했다. 당시 잔뜩 긴장해 있던 나는 아침에 핸드폰으로 시각을 봤을 뿐이었다. 교감이 복도를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걱정에 얼어 있었다. 맹세코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히 말대꾸를 하면 더 괘씸하게 여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교감은 앞으로 그러지 말란 말과 함께 나를 돌려보냈다. 말없이 교실에 들어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의지할 곳도 억울함을 풀 곳도 없었다. 한숨과 함께 처진 어깨는 올라올 줄을 몰랐다. 수업도, 업무도, 그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날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 내 인생의 2막, 교사로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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