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왜 앉아 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찾은 답
치열한 임용 시험을 거쳐 마침내 꿈꾸던 특수교사가 되어 교단에 섰습니다. 14살의 그날, 난간에서 추락하며 멈춰버렸던 나의 학교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교실 문턱을 넘던 첫날, 묘한 긴장감과 함께 28년 전 그 복도의 풍경이 환영처럼 겹쳐 보였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며 보낸 시간은 제게 예상치 못한 가장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용서’였습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가슴에 품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자신의 학생이 잘못되길 바라는 교사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때로는 무언가를 권하고, 때로는 심부름을 맡기며 우리는 교감을 나눕니다. 28년 전 그 선생님 역시, 제자가 다치길 바라서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제게 손을 내밀었을 뿐이라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교사의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심했던 심부름은 악의가 아니라, 제자를 향한 격의 없는 신뢰였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그 한 줄기 이해가 가슴에 닿자, 수십 년간 저를 짓눌렀던 원망의 파편들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왜 맨날 의자에 앉아 있어요? 안 일어나요?"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질문에 저는 이제 환하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응, 선생님은 이 멋진 바퀴 달린 의자를 타고 다녀. 선생님은 누구보다 빠르게 너희에게 달려갈 수 있단다." 아이들에게 저는 ‘가여운 장애인’이 아니라, ‘바퀴 달린 의자를 타는 신기한 선생님’입니다. 16살의 제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처절한 미래’는 그 교실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진 장애는 아이들의 아픔을 읽어내는 최고의 교재가 되었습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답답해하는 아이를 볼 때, 저는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휠체어를 탄 제 존재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그날의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원망이 빠져나간 자리에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촘촘히 채웠기 때문입니다. 사고는 분명 비극이었지만, 그 비극을 통과하며 얻은 이 낮은 시선은 제가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단단한 안전망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휠체어 탄 저를 보며 기적을 말하지만, 제게 진짜 기적은 다시 걷게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아프게 했던 과거를 이해하고, 그 아픔을 녹여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진짜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제 인생 최고의 기적입니다.
저는 오늘도 70cm의 높이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춥니다. 이 낮은 시선이 세상의 턱을 없애고, 누군가의 마음속 장벽을 허무는 도구가 되길 꿈꾸며 부지런히 바퀴를 굴립니다. 저의 추락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많은 이들을 안아주기 위한, 아주 길고도 장엄한 준비 과정이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