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 반 퇴근 후 할 수 있는 것

그때 그 시절 평일 저녁

by 스테파니

다들 평일 후 얼마나 저녁에 여유 시간이 있을까? 얼마 전 시청한 "월간남친"에서 여자 주인공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 씻고 할거하고 나면 자기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3시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퇴근 후 시간의 자유도도 사회 초년생 때와 비교하면 지금 어마무시하게 진화한 것 같다.

지금은 시차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면 오후 4시부터 퇴근이 가능하다. 사실상 4시부터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평일에도 할 수 있는 것이 어마무시하게 많다.


첫 회사에서 나에게 처음 주어진 저녁시간은 가혹했다.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한 나는 우선 신입사원 교육을 들으면서 회사를 시작했는데 교육은 하루 종일 진행하는 것도 모자라서 저녁식사를 하고 9시인가? 까지 진행을 했다.

야근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늦게까지 교육을 왜 했는지 모르겠고 정확히 그 시간에 뭘 배웠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인사팀 팀장님이 회사에 입사를 하면 회사에 지내는 시간이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서 오히려 회사에서 집에 갈 때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인사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9시에 퇴근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특히나 당시 나는 출퇴근을 원웨이 한 시간 반 걸려서 했기 때문에 집에 가서 빨리 자고 다시 나와서 회사에 와야 했다.

당시 회사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매일매일 먹고 나니 식판에 먹는 밥이 너무 지겨워서 주말에 파스타가 먹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교육이 끝나고 각자 팀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도 퇴근 후 시간은 참으로 짧았다.

당시 우리 회사는 6시 반이 정시 퇴근이었고, 칼퇴는 죄악시되었던 회사였다. 용감하게 칼퇴를 한다고 쳐도 나는 칼퇴하고 밥을 굶고 집에 바로 간다고 해서 밤 8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그 당시 나는 너무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이라 거의 퇴근하고 매일 어딘가 가서 밥 먹고 술 먹고 놀거나 직장인 동호회 활동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갔었다. 그게 아니라면 야간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데이트를 하고 썸남과 새벽 2시 혹은 4시까지 통화를 하다가 잠들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야근을 강요하고 여섯 시 반 이란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던 회사의 이슈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회사에서 너무 멀리 살았던 당시 나의 사정이 참 피곤했던 것 같다.

매일매일 지하철에서 3시간씩 시간을 빼는 게 너무 피곤했고, 당연히 앉아서 이동할 수 있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첫 자취를 시작하고 지하철 10분 거리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을 때 나의 행복지수가 폭발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첫 회사만큼 멀리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긴 한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멀리 다녔었으니 앞으로 웬만한 거리는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만 역시나 회사는 가까울수록 좋은 것 같다. 회사가 멀면 집에 와서 쉬는 순간에도 다음날 또 한 시간 반을 이동해야 된다는 압박이 항상 있기에 더 피곤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멀고도 피곤했지만 20대의 젊은 나이로 잘 다녔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이직을 한다고 해도 제발 한 시간 미만 거리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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