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는 마음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262
아이를 둘 낳았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난생 첫 경험은 한편으로는 두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비로웠다. 임신출산백과를 옆에 두고 다가올 변화에 대해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두 번째는 한번 해봤다고 책보다는 경험을 믿었다. '이쯤이면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해봤어"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있었다. 물론 첫째와 둘째를 품고 낳기까지 디테일을 따지자면 절대 판박이처럼 똑같은 시간과 경험은 없었다. 본질과 뼈대만 같을 뿐이었다.
다시 한다는 건 펼쳐질 시나리오가 훤히 그려지기에 빠르게 적응해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결코 같을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상황도 연출되기에 유연하게 행동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첫 경험 때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두 번째 시작 앞에서 이전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다시 하는 마음은 어느덧 복잡해진다.
남편이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딱 1년 인천에서 근무를 했는데 울산에서 부름을 받았다. 내년부터 다시 주말가족으로 살게 되었다. 12월에 들어서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올해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한해 더 집에서 출퇴근하고 싶은데"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미리 정리하는 모드로 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싹 날아가고, 막상 발령이 현실화되자 아쉬운 마음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미 경험한 두 집 살림이라는 다가올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한번 해봤다고 무엇을 준비할지 안다. 2년 전 정리했던 리스트를 꺼내고 작년에 들고 왔던 살림살이를 팬트리에서 찾았다. 옆에서 챙기는 마음은 짠했다. 어떻게 살지도 안다. 처음보다 걱정은 덜 된다. 이미 살아봤으니 본인도 나도 안다. 그래도 나이 50이 넘어 다시 혼자 내려가야 하니 보내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 결혼 전, 10년 넘게 남편은 완전 독립이 아닌 시어머니와 시누의 챙김을 받으며 혼자 살았다. 작년, 주말가족으로 살면서 여름방학 때 직접 눈으로 확인한 터라 어떻게 지낼지 눈에 보인다. 집을 조금 치우고 살면 좋을 텐데 부지런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이번에도 대충 생활할 게 뻔하다. 무심한 듯, 표현 없는 사람이라 주말마다 오르락내리락할 생각, 끼니 걱정과 빨래 생각에 귀찮고 불편하다는 말만 주로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능숙하게 살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한번 살아봤으니 건강을 챙기며 조금만 부지런히 살았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집을 지키는 주부로서 이미 경험한 비슷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누구나 알듯, 주말 부부로 사는 게 몸은 편하다. 매일 보면 티격태격하며 가끔 속상할 때도 있으나 떨어져 사니 그럴 일은 줄어들 것이다. 다만 사춘기 아이들 곁에서 남편이 내 지원군으로 남아있지 못해 못내 아쉽다. 매일 커가는 아이들을 잠깐이라도 못 보는 것이 안타깝다. 매일밤마다 전화로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성장과정의 일부로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제2차 주말가족 모드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여기에 다짐을 적는다.
따로 또 같이 살게 된 이상,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잘 살다 주말에 건강하고 애틋하게 만나고 싶다. 내년을 시작으로 언제까지 주말가족으로 살게 될지는 회사 마음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우리 마음에 달려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살다 보면 같은 듯 다른 경험이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다시 또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