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 듣다가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1

by 태화강고래

헤이 클로바

이젠 안녕 들려줘


이달 말 초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딸은 "이젠 안녕" 가사를 외워야 한다며 요새 자주 음악을 튼다. 낯선 K 팝 대신 익숙한 노래가 조용히 흘러갔다. 졸업식 때, 이별을 앞두고, 노래방 마지막 노래로 항상 선택받는 그 노래. 공일오비의 노래이다. 1991년에 발표된 곡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느새 시간은 흘러 다음 세대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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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그렇게 "이젠 안녕"으로 시작된 90년대 노래들이 줄줄이 하나씩 흘러나왔다. 설거지를 하느라 바쁜 손과 달리 입과 귀는 추억 속 노래에 슬며시 빠져들었다. 그때의 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지?


가질 수 없는 너

인형의 꿈

기억의 습작

겨울 이야기

사랑과 우정사이


노래마다 배경과 등장인물이 전부 기억난 것은 아니지만 겨울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뿌연 안개로 덮인 회색빛 겨울 하늘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그때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특히 남녀 간의 애매모호한 감정을 잘 표현한 "사랑과 우정사이"는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평생 잊지 못할 노래가 되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인 것처럼. 잘해줬지만 애매함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나를 힘들게 했고, 느닷없이 3-4년이 흘러 갑자기 만나기를 원했던 그 사람.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미 지난 일인데, 나가지 않았다. 어색한 관계가 되어 친구로 남지 못해 아파했지만, 그래도 따뜻했던 겨울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여행을 떠나기에 만만한 추운 겨울, 그러나 너무 빠지지는 말자. 우울하고 슬퍼질지도 모르니까. 나이가 들면서 흘러간 노래가 점점 더 정감 있게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그 옛날, 엄마가 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르셨던 게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엄마가 되어보니 알 것 같다. 노래는 추억을 싣고 오늘도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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