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3
풋풋했던 대학시절 CC가 부러운 적이 있었다. 대학생활의 꽃처럼 그려지는 TV 속 청춘 커플을 볼 때마다 호기심과 부러움이 뒤섞여 따라 해보고 싶었다. 꿈을 꿨다. 대학 가서 연애하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그날을 내심 기다렸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학점 따기보다 백배나 어려운 게 연애였다.
친구는 자연스럽게 동아리활동을 하며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커플을 보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친한 무리의 대학친구들 가운데 제일 먼저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집 집들이에 초대받아 알콩달콩 소꿉놀이하는 것 같은 풍경을 보기도 했다.
그런 그녀였는데, 이제 그와 함께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 한창 아이들에게 손이 갈 시기에 남편은 실직의 충격으로 5년 넘게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다행히 몇 년 전 회복해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지만 둘의 관계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간의 실망과 분노로 쌓인 두터운 벽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무너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잠시 떠나 있으면 혹여 관계가 회복되는 기회로 이어져 삶에 변화가 있을까 헛된 희망 아닌 희망을 품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와 전보다 심한 무력감을 느꼈다고,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다.
유럽 연수 갔던 친구가 귀국했다. 어느새 1년 반이 흘렀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 간의 생활을 묻고 답하느라 바빴다. 생각보다 어두운 얼굴 표정에 조심스레 남편과의 관계를 물었다. 변화를 기대한 자신이 어리석었다며 남편을 보는 것이 전보다 더 힘들다 했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만큼 기대가 커서 그만큼 실망이 큰 건지, 그 사람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맞는지, 자신이 알던 그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낯설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을 안다는 게 얼마만큼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아 힘들다고 했다.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사람을 알긴 했는지 그를 선택한 자신이 원망스럽다고까지 했다. 누가 알 수 있을까? 진심인지 잠깐 의도된 연출인지. 한 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혼생활로 흘러가게 될 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출구를 찾지 못해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 답답해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만난 지 30여 년 가까이되는 그녀와 나는 함께 중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의 굽이굽이 각기 다른 길목에서 희로애락을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아무리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녀의 수척한 얼굴이 헤어진 이후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해외 경험에 대해 뻔한 자랑이라도 했으면 마음이 더 편했을까, 웃고 떠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바라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그녀가 웃음을 찾아 편안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