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축하해

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4

by 태화강고래

2020년 5월 27일.

잊을 수 없는 그날은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한 날이었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확산으로 유치원 졸업식도, 초등학교 입학식도 없었다.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걱정과 공포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끔찍한 해였다. 3월에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하루 이틀 미뤄지다 봄꽃이 시들할 무렵에서야 얼굴을 반이나 가린 마스크를 쓰고 울산의 초등학교 정문에 들어섰다. 운동장에 반별로 줄을 서 있다 담임 선생님의 인솔하에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이라도 사진으로 남겼고, 아이들을 따라 두 눈을 움직였다.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며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들을 응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코로나 입학세대로 울산에서 3년, 용인에서 3년을 보냈다. 길다면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초등학교 6년인데, 아이는 전학이라는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잘 적응하며 몸과 마음을 키웠다. 곁에서 지켜본 나 또한 초등 엄마로서 졸업날이기도 했다. 아들의 졸업 이후 2년 만에 다시 찾은 학교에서 둘째 엄마로 감회가 새로웠다. 모든 게 새로울 게 없는 둘째 엄마였지만, 마음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어리게만 보이는 저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니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도 믿기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졸업과 함께 나도 덩달아 성숙한 엄마로 거듭나길 바랐다.


올해 졸업식은 각반 교실이 아닌 강당에서 진행되었다. 다 같이 축하를 나누니 졸업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12반이 있는 관계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졸업식이 진행되었고, 한 명씩 호명하며 단상에서 졸업장을 수여했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아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박수가 이어졌고, 교장선생님의 간략한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연습했던 "이젠 안녕"을 고운 목소리로 합창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지점에 모두 함께 서 있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코끝은 시렸지만 가족과 함께 졸업을 축하하며 미소만큼은 잊지 않았다. 장난치는 아들 옆에서 두 팔 벌려 안아주고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겼다. 졸업하는 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말대신 조용히 카드에 몇 자 적었다. "수고했다, 고맙다, 사랑한다, 응원한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한 것 같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지나갔고 초등생활도 시원섭섭하게 막을 내렸다. 슬기로운 초등생활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징검다리를 건너듯 그 시간을 울고 웃으며 지나왔기에 벅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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