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5
새해가 밝고 며칠이 지났다. 중년의 삶이 그러한가 싶게 비슷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나에게 요 며칠 바람이 차디차다. 패딩에 달린 모자까지 덮어써야 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꽁꽁 얼었다. 거실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어지럽히고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저녁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오전에도, 저녁에도 점점 덩그러니 혼자 지내면서 어색하게 적응 중이다. 주중 두 번 정도 10시가 넘으면 하나씩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늦은 밤 집안에 사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몸에 두르고 온 찬 기운이 그대로 잠시 집안에 퍼진다.
아들이 작년에 이어 흰색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전날 분명히 말했다.
"케이크를 학교에서 만드는데, 저녁으로 다 먹고 올게요."
그랬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케이크 상자를 본 순간, 이번엔 짠했다. 긴 하루의 고단함이 상자에 고스란히 묻어 있는 듯했다.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들은 집에 두고 학원에 왔다는데, 아들은 손이 시렸을 텐데, 귀찮았을 텐데, 학교에서 학원으로, 집까지 꿋꿋하게 들고 걸어왔다. 대충 만든 케이크라고 말할 정도니 미련 없어 버리고 싶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마음은 어디 가고 얼음장 같은 손으로 들고 와 식탁에 올려놓았다.
작년에는 처음이라고 아들이 만든 케이크를 보고, 그 어설픈 모양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만들기 싫었으면 이렇게 대충 만들었을까 싶었다. 작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귤과 딸기, 오레오를 얹은 생크림케이크였다. 사실 귤 생크림 케이크인가 싶게 귤만 보였다. 비싼 딸기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할 정도였다. 두 번째 봐서 그런 걸까, 추운 밤늦게 나타나서 그런 걸까, 변함없는 케이크인데 올해는 달리 보였다. 출출하다는 아들에게 찐만두와 따뜻한 물을 간식으로 내어 주면서 케이크를 잘랐다. 옆에 있던 딸과 셋이서 한 조각씩 맛을 봤다. 들고 온 정성을 봐서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밤늦게 우리는 어설픈 케이크 한 조각씩을 나누었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이 목으로 스르르 넘어갔다.
"오빠, 맛있어. 이 정도면 잘 만들었네. 나도 오빠네 학교에 들어가면 만들어올게."
딸이 더 열심히 먹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티격태격하던 남매가 다정하게 케이크와 정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