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단상으로 글쓰기 습관 366
지난주 눈 내리던 날, 중학교 예비소집일을 마친 딸아이는 교복을 샀다. 2년 전, 아들이 교복을 살 때와 사뭇 달랐다. 주인공이 남학생에서 여학생으로 바뀌자 선택의 시간이 확실히 길어졌다. 당시도 지금도 복장에 큰 관심이 없는 아들은 별말 없이 입어보고 후딱 결정했다. 3년을 입을 옷이라는 생각에 엄마가 한 치수 큰 옷으로 입자고 해도 별 말이 없었다. 어차피 교복이라는 옷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거의 안 입는다는 말을 들은 터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딸은 달랐다. 교복 치마와 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먼저 치마를 권유했다. 옆에서 같이 입어보던 딸아이의 친구는 바지를 선택했지만 우리는 치마로 정했다. 정장바지보다는 체크무늬 다홍색 치마가 예뻐 보였다. 아직 원하는 목표키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남았기에 욕심을 살짝 붙여 나는 큰 치수를 요청했다. 점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치마를 건넸고, 사이즈 두 개 사이에서 딸과 나는 결정 장애에 빠졌다.
"키도 클 텐데 큰 것으로 하자! 그게 좋겠지?"
그렇게 마음을 겨우 정한 뒤 딸이 체육복 사이즈를 확인하러 들어간 사이, 한 여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다. 딸아이보다 키가 크고 늘씬한 그 학생이 입은 교복 치마가 달리 보였다. 예쁘고 잘 어울렸다. 순식간에 내 마음이 또 뒤집어졌다.
"저기요. 한 사이즈 작은 것으로 다시 주세요. 크게 입히는 것보다는 적당히 입히는 게 좋겠어요."
그제야 점원은 웃음으로 내 선택이 옳다고 지지하는 듯 보였다. 다시 받아 든 옷을 한 번 더 착용한 뒤 딸아이도 만족스러워했다. 1-2년 뒤 다시 구입해야 할 상황이 닥쳐올 것을 대비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다시 입어 본 치마는 몇 분 전보다 더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다는 사실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무릎 밑으로 길게 늘어진 치마를 입던 90년대와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짧은 치마를 만들기 위해 접어 입고 다녔던 몇몇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엄마로서 현실을 받아들였다. 요즘 마주치는 교복 치마 길이와 모양이 눈에 선했다. 아장아장대는 유아도 아닌 중학생이 되는 딸인데도, 짧지 않은 선에서 예쁘게 입고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다시 한번 블라우스, 조끼, 치마, 재킷, 리본타이를 착용한 뒤 셀카를 찍었다. 마음에 들었는지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올리며 자신의 중학교 입성 준비를 세상에 알렸다. 친구들의 부러움과 칭찬에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밤이 깊어갔다. 잘 때까지 치마를 입고 활동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아직은 앳된 초등학생 얼굴인데 동네에서 가장 예쁜 교복을 입은 예비 중학생이 된 날이었다. 3월, 그 시작을 응원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