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by 지니의 쉼표

MBTI가 흔한 시절에 살지 않았다.

라이선스가 있는 강사가 와서 검사지 나눠주고 그걸 토대로 알려준 MBTI.

난 30대 때 처음 접했으니 그전까지는 혈액형이 대세였다.

소극적인 A형이지만 A형답지 않은 밝은 아이였다.

MBTI의 E같이 살았다.


성인이 되고 알게 되었는데 난 "대문자 I "였다.

내 마음이 건강해지고, 마음을 챙기다 보니

나는 내향형인 집순이가 편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외향적인 사람으로 살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상처때문였던거 같다.


더 어릴 때의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엄마가 어린 나를 두고 직장을 다녀 5살일 때쯤

오전반, 오후반이 있던 시절이라 나와 놀던 언니가 학교를 가면 따라다녔다.

언니가 수업을 받는 동안 운동장 바닥 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언니가 수업이 끝나면 함께 집을 왔다. 언니도 힘든 날이면 나는 동네를 배회했었다.

거의 매일 아버지가 전날 잔뜩 술에 취해 대자로 방을 가로질러 자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그 어두운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던 두려움이 나를 삼켰다. 집안 가득한 어두움이 싫었다.


제일 무서운 감정이 고통도 아픔도 아닌 두려움이다.

그런 내 두려움을 드러내고 싶지 않고,

가정사를 표현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페르소나, 가면이 되어 나는 외향형인 것처럼 살았다.

그렇게 살아야지 결심하고 살았던 건 아니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

내 상처들이 밖으로 삐집고 나올까

그럴 때마다 외향적인 사람으로 나를 포장했던 거 같다.


나를 살피지 않고, 돌보지 않고

그렇게 나는 나의 성향을 모른 채 완벽하게 감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맞지 않으니 내 몸이 여기저기 삐그덕 거렸다.

밖에서 밝게 지내다가 집에 오면 지쳐 쓰러졌고,

손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난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집순이가 맞는구나'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코로나'


코로나 때문에 격리하느라

집에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아팠어서 자동 격리가 너무 행복했다.

그때 알았다.

'난 집을 좋아하고 편안해하는 사람이구나'

집에서 충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니

그 뒤로부턴 하루에 약속을 한 가지 이상 잡지 않는다.

나의 컨디션을 내가 조절하기 시작하여

나의 정신 상태도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것이 체감되었다.


현재도 깊은 곳의 두려움을 완전하게 극복하진 않았지만

조금만 쉬고 나면 난 E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쉬고 나면 나는 충분히 세상으로 다시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나의 성향이 나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