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들로 수북이 덮인 새살

상처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종이들

by 지니의 쉼표

나에겐 다른 이들이 볼 때

쓸모없어 보이는 종이가 수북하다.

"왜 이런 걸 모으냐?"하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60102_164928064.jpg 나를 사랑하는 쪽지들


그러나,

그 종이 하나를 꺼내보면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예뻐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착해요"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다.


아직 글씨도 서툰 친구가

종이를 붙잡고 낄낄거리며

장난스러운 얼굴로 행복해하는 모습에 가 보면


삐뚤빼뚤 꾹꾹 눌러쓴

"선생님 사랑해요"였고

그걸 꾸미느라 즐거웠던 거다.



또 가끔은

6학년 졸업 전에 찾아와

자기가 익힌 영어로

나의 가치를 높여주고 가기도 한다.

"You're such a precious person. I love you."


또 어떤 아이는 미술 색감도 좋고, 손재주도 좋아서

며칠씩 공들여 칠한 그림을

출근 전에 내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놓고 가기도 한다.



그들은 그저

마음을 가득 담아

나에게 건넨다.




그 종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사랑이 가득 스며 있는 종이들.


낙서처럼,

매끄럽지도 않고,

형식에도 맞지도 않은

서툰 사랑 고백을 '툭' 전하고 간 종이들.


그 모든 종이가 나에게 아름답다.

그래서 버릴 수가 없다.


나를 세우는 그 종이들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에요.'

'선생님은 특별해요.'

'선생님은 소중한 사람이에요.'


나를 세워주는 참 기특한 그 종이들.

누구에겐 쓰레기 같아 보이는 형체를 갖은 그 종이들.

내게 사랑을 남겨주고 간 그 종이들.


그 종이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사랑이 수북하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이 놓고 간 사랑으로

상처 조각에 딱지가 덮인다.


따뜻하게 새살로 돋아나는 것을 본다.



그건 아마 "마음 챙김"이라는 새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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