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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un Aug 05. 2022

여름 나기 애니메이션 1

더워서 성질나요, 할 때 볼 애니메이션들

7월, 8월 

좋지 않은 여름 더위에 어울리는, 잠시나마 꿉꿉함과 찝찝함을 덜어 주지 않을까,,,

싶은 애니메이션 모음입니다. 



동급생 


러닝타임 61분

극장판 애니메이션 


닮은 점이라고는 엇비슷한 키 밖에 없던 남고생 두 명의 풋풋한 로맨스를 조용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밴드 활동을 하는 쿠사카베가 같은 반 사죠에게 우연한 계기로 합창 대회 노래를 가르쳐주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곳곳에 여름의 분위기가 산뜻하면서도 차분하게 녹아 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탄산음료 흐르는 소리, 잔잔하게 내려오는 빗줄기 소리 등 작품 안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들이 듣기 좋고요, 작중 삽입곡들이 대부분 기타가 주가 되는 연주곡들인데 얌전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장난스러운 리듬이 작품의 정서와 잘 어울려요. 분위기가 차분해질 때 흘러나오는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곡도 좋고요. 기타 연주곡에 가사를 붙인 엔딩곡도 좋습니다, 풀냄새가 솔솔 나는 곡이에요. 물 한 방울 섞어 놓은 수채화 느낌의 색감과 원작의 유려한 그림체를 잘 살린 작화도 물론 매력적입니다. 한 컷 한 컷이 마치 동화책을 펼쳐 놓은 듯 예뻐서요, 소중히 감상하게 된답니다. 


초 여름의 이른 아침에도 어울리고 한여름 밤의 남빛 하늘에도 어울리고, 또 중간에 계절이 가을로 넘어가기도 하니 늦더위가 지나간 초가을 저녁에 보는 것도 좋겠다 싶은 작품입니다.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 7화 



요리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원작은 Fate시리즈인데(이 작품은 Fate/stay night의 평행 스토리 만화거든요) 이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여러 평행 스토리들이 나와 있죠, 에미야 가의 오늘의 밥상은 그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 가능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매일 같이 잠 못 자고 밥 못 먹고 그러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요리를 잘한다는 설정인 원작의 주인공 에미야 시로와 그 주변 캐릭터들끼리 밥 해 먹고 노는 내용이 전부예요. 그렇다 보니 원작을 잘 몰라도 (솔직히 전혀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 또한 장점입니다. 생각보다 요리 장면도 디테일하고 만화 원작에는 레시피도 꽤나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요리를 좋아하는 경우 참고할 만한 것들도 꽤 있을 것 같아요. 


이 애니메이션은 각 회차마다 해당 계절에 어울리는 요리를 테마로 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아예 방영 당시 매 달 1 회차씩 방영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여름용 에피소드라 할 만한 7화를 우선적으로 넣어 보았습니다. 아예 메뉴가 냉 오차즈케(밥에 냉차를 부어 먹는 요리)이며 배경은 워터파크예요. 



이렇듯 전형적인 여름 요리는 7화가 맞지만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볍고 산뜻해서 아마 어느 회차를 골라도 요즘 같은 날씨에 어울릴 거예요. 사실 1화나 12, 13화는 완전히 겨울 배경이기는 합니다만, (전골 해 먹고요, 눈도 내립니다) 여름에 보아도 눈과 귀가 즐거워서 저는 좋았답니다. 작화의 섬세함이.. 배경 작화도 요리 작화도 대단합니다. 그저 배가 고플 때만 피하면 되어요. 


정리하자면 더운 날 에어컨 적당히 틀어 놓고 소면 삶아 계란이랑 먹으면서 보면 딱 좋은, 여름용 밥 메이트 애니메이션이네요.    



고양이의 보은 


러닝 타임 75분

극장판 애니메이션



지브리 대표작 중 하나죠, 


평범한 여고생 하루는 어느 날 예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를 위험에서 구해주게 되는데요, 알고 보니 그 고양이가 고양이 왕국의 왕자였던 겁니다. 그에 대한 고양이 왕국 측의 일방적인 보은으로 그 고양이 왕자와 결혼을 하게 생긴 하루는(왕자의 의지도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양이 사무소라는 비밀스러운 장소를 어찌 저찌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잘생기고 젠틀한 고양이 바론, 그리고 잘생기지도 않았고 성질만 내지만 속은 깊은 고양이 무타를 만나죠. 이들과 함께 결국 끌려간 고양이 왕국으로부터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한 하루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첫 번째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무조건 기분이 좋아집니다. 두 번째로, 무조건 고양이가 가지고 싶어 집니다. 키우고 싶다기보다는 옆에 두고 도움받고 싶어 진다고 할까요, 작중에 나오는 고양이들이 워낙 능력 있고 재력도 있고 매력적인지라 고양이를 한동안 사람 친구처럼 인식하게 된답니다.(물론 이런 점은 여름과 전혀 상관이 없지만요) 


여름으로 돌아와서, 특유의 맑고 선명한 색감과(개인적으로 하루의 교복에 쓰인 파란색을 아주 좋아합니다) 섬세한 공간 묘사(고양이 사무소 작화가 엄청 화려해요), 통통 튀는 음악이 굉장히 싱그럽게 느껴지는 작품이며 전혀 무겁지 않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가 보는 사람을 지루할 틈 없게 만들어 줍니다. 날도 더운데 질질 끄는 작품 보면 괜히 더 피곤해지는 느낌, 받지 않나요? 그런 면에서 하루의 모험은 여름철에 필요한 적정량의 활기를 충전시켜 주기에 적합한 것 같아요. 여기에 작품 이상으로 유명한 엔딩곡 ‘바람이 되어’까지 들으면 아주 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몸 전체에 긍정의 기운이 돌게 되죠. 밖은 30도가 넘어가는데 안에서는 자전거 타고 바람을 맞는 나를 상상해 버리게 됩니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정수리를 짓누르는 더위에 와장창 깨져버릴 상상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보면서 즐거워하도록 해요.   



오란고교 사교클럽 



사실 계절이 딱히 상관없는 순정물의 교과서 격인 작품입니다만,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계절이 주로 여름이라 넣어 보았습니다.  


부자들만 모인다는 명문 오란고교에 특례 입학한 여주인공 하루히가 우연한 사고로 인한(호스트부 부실의 비싼 화병을 깨트립니다) 빚 탕감을 위해 호스트부에 들어가는 것이 작품의 시작이고요, 하루히가 호스트부의 다른 부원들(=도련님들)과 함께 굉장히 비현실적인 학교 생활을 하는 신데렐라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워낙 막히는 지점 없이 단순하고 명쾌하게 웃겨주는 순정물이기 때문에 (보다 보면 장르를 한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개그물인가 싶어 져서요. 참고로 남주인공이 제일 심하고 시끄럽게 망가집니다) 무더위에 꾸우욱 짓눌린 날 보기 좋습니다. 이를 테면 장마 직전이요. 틀어 놓으면 분명 일종의 심적 제습 효과가 있을 겁니다. 특히 여주인공의 성격과 목소리가 너무 시원하고 매력적이므로 여름의 꿉꿉함을 날려버리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답니다. 


쓰다 보니 진짜 여름에 걸맞은 애니메이션이 맞구나 싶네요. 아예 바다 가고 여름 펜션 가는 에피소드들도 있으니까요.  



타나카 군은 항상 나른해 




연두 빛이 감도는 애니메이션이에요. 전체적인 색감 자체가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봄, 여름에 어울릴 작품으로 편안하고 쾌적하고 나른하고 폭신한데요, 시원함이 특징은 아니지만 이 작품 또한 제습기 역할에 어울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줄거리는 특별한 사건 사고 없는 일상물로서 타나카 군과 그 주위 친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제목 그대로 타나카 군이 항상 나른한 상태에 빠져 있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최대한의 효율성을 발휘해 나른함을 유지하려고 묘하게 노력하는 타나카 군이 귀엽고요, 상선약수를 실천하듯 물처럼 흘러가는 타나카 군의 라이프 스타일은 탐이 납니다. 정반대 성향의 묵묵하고 강인한 친구 오오타 군과의 케미도 재미있습니다. 성우들도 캐릭터에 너무 어울려요. 특히 타나카 군의 느릿하게 중얼대는 말투가 상당히 중독성이 있어 괜히 따라 하고 싶어 집니다. 


작중 수영장에 가는 전형적인 여름형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투명하게 빛나는 물결을 보는 것도 시원하니 기분 좋지만 수영은 할 생각도 없이 튜브에 앉아 자기는 그저 물속에서 시원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타나카 군의 취향도 아주 괜찮답니다.  




몸의 중앙, 단전이라고 하지요. 단전부터 시작해 손 끝 발 끝까지 에너지란 에너지는 전부 내보낸 채 텅 빈 몸으로 늘어지고 싶은 날, 눈만 대충 뜬 채 새하얀 구름 뭉치나 구경하고 싶은 그런 날, 선풍기랑 같이 틀어 두면 어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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