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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un Jul 16. 2022

독특한 사랑스러움,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리지 3

줄거리 소개 3


여름 방학 숙제 미루듯 은혜 갚기용 사랑도 내일로 패스해버린 코우는 일단 집에 가서 쉬기로 합니다. 이래저래 생각할 것도 많고 엄청 춥고 무엇보다 지금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상태이니까요.(엄청난 사건들을 워낙 휘리릭- 전개시켜버리는 작품이라 그렇지, 지금 코우는 이를테면 한강 다리에서 추락사할 뻔한 사람입니다.) 그런 코우에게 니노는 대뜸 별장이랑 집 중 어느 쪽이 좋은지 물어보고(벌써 뭔가 싶죠) 집에서 잘 생각이라며 발길을 돌리는 코우, 그리고,  


“이봐" 


“베개다. 이걸 써.” 

니노가 들이민 베개, 아니, 신발주머니로 보이는 베개 사이즈의 무언가. 미안하지만 이불은 없다고 합니다. 신문지라면 조달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로 추우면 죽냐며 부탁이니 자기 집에서 죽지는 말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니노에게는 묘한 다정함이 있다니까요.) 


또다시, 여기서 더 당황할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또다시, 당황한 코우는 묻습니다. 혹시 자신이 여기서 살게 된 것이냐고.  


“당연하지. 


연인은 계속 같이 있는 거잖아.” 



그런 건 결혼이고, 만날 수 없는 날의 그리움도 사랑인 거라며(참고로 코우는 모태 솔로입니다) 하천 부지 입주를 강력하게 부정하는 코우. 그런 코우의 반응에 니노의 답변은 


“아무리 그래도 

… 

난 아마 하루만 널 안 보면 

너에 대해 깨끗하게 잊을 거야.” 


그 어떤 (이른바) 상식적인 예측도 구슬치기 하듯 튕겨내는 정말이지 귀여운 여주인공입니다. 쿨하기도 엄청 쿨해요. 한사코 거부하는 코우에게 아까는 여자 혼자 이런데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냐는 한 마디를 던지면서도  

“잘 가" 


하며 돌아서 가버립니다.  


감히 엘리트 씨가 따라갈 수 있는 리듬의 인물이 아닙니다. 이 정도로 상대가 안 된다면 어쩌겠어요, 하라는 대로 따라야지요. 가뜩이나 잠시 잦아들었던 지병도 도져 버렸고요,  


“별장이 좋습니다! 당신은 익숙한 곳에 사는 게 좋을 테니까요.” 


“그래?” 


첫 등장부터 줄기차게 써먹고 있는 비스듬히 젖힌 고개, 살랑-날리는 머릿결, 맑고 깊은 눈동자 패키지로 코우를 돌아보는 니노. 코우의 거주지 이전, 결정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니노와 어울리는)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피아노 배경음과 함께 코우와 니노는 별장으로 향합니다. 나 잡아봐라 하듯 낭만적인 비주얼로 징검다리를 건너고 귀여운 자세로 헛둘헛둘 사다리까지 타며 별장에 가는 동안 코우는 생각합니다.  


이사,, 그냥 이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요! 목숨을 구해준 은혜인데 무엇을 주저하냐면서, 그러니까 그냥 이사, 이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요! 


그런 포지티브 싱킹(해당 에피소드의 제목입니다)으로 도착한 별장,


코우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신문지에 안면 가격을 당합니다. 


“뷰는 무척 좋은데, 뭐 난점이라면, 바닥이 다소 딱딱해서 자기 불편한 거랄까.” 


무려 아라카와 다리의 별장이니까요, 위치는 다리의 상판 바로 아래 붙어있는 기둥 꼭대기. 기둥 높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뷰가 좋고 자기에는 조금 불편한 이 별장의 추가적인 주거 조건은 이렇습니다.  


튼튼하다 못해 뼈 나갈 듯한 콘크리트 바닥+당연히 문은 없고(그냥 출구 없음 입구도 없음)+통풍 상태 매우 양호(신문지 날아다니는 거 보면)+한 발 내디디면 시원한 강물에 영원히 입수 가능. 


현대 사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 있던 그가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꼭대기 삶을 시작하게 된 순간입니다.   


“자기 불편한 게 아니라 뒤척이다 죽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계약 끝난 부동산 거래만큼 되돌리기 어려운 것도 없고, 원래 이사 전에는 방을 꼼꼼히 보아 두어야 하는 건데, 도장도 없이 섣불리 구두 계약해버린 자신을 탓해야죠. 그리고 엘리트는, 쉽게 좌절하지 않는 법입니다. 


‘안돼 안돼! 


현실을 외면해선 안 돼! 현실적이고 긍정적이게! 


난 이치노미야 컴퍼니의 차기 사장이잖아! 


좌절하지 마라, 코우!  


울지 마라, 코우!'


코우의 뉴 하우스, 결정입니다. 


“아 맞다. 여기 살 거면 그걸 해 둬야지.” 


코우의 엄청난 자기 암시를 무심히 지켜보던 니노가 말합니다. 해야 하는 게 있다고. 


“촌장한테 인사" 


이걸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기 암시가 너무 강했던 걸까요, 강한 긍정(+)은 역시 부정(-)의 효과를 가져오는 걸까요, 어째 맛이 가버린 듯한 반짝이는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코우가 좋아합니다. 인사는 자신 있다고요.  


촌장을 만나기 위해 다시 사다리를 내려가며 코우는 촌장에 대해 묻습니다. 분명 사차원인 이 아이(니노)보다는 말이 통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피부색이려나.” 


안 그래도 그 점 때문에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다는 촌장. 자기는 그런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니노. 


아.. 인종 차별인 걸까.. 하지만 엘리트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무식한 짓 따위 하지 않는 법입니다.  


코우라는 캐릭터는 말이죠, 저 자신이 특별하고 출신도 좋고 머리도 좋고 뿐만 아니라 얼굴도 몸도 좋은 말하자면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참 티 없는 엘리트 씨입니다.(보통은 속으로 생각만 한 뒤 삼키는 이 대사를 코우는 실제로 내뱉었습니다. 그러니까, 티 없는 엘리트 씨인 것이죠.)  


“그래? 응, 잘 알았어. 기본적으로 네가 가장 위구나. 하지만 뭐 그렇다면 부르기 쉽지.”   


그렇죠, 공감되는 니노의 대사입니다. 


드디어 촌장을 부르려는 니노. 어느 나라 분이려나, 그보다 어디 계신 걸까 싶은 와중에 자연스럽게 강가에 쪼그려 앉아 물에 손을 살짝 잠근 뒤, 참방 거리는 니노. 

잠시 정적이 흐르고, 물소리만이


참방 참방..


“저기,  

뭐 하세요?” 


“부르고 있어.” 


“아니, 잉어도 아니고 그렇게 부르면 아무도..” 


“아, 촌장” 


꼬르륵- 


작은 물거품 소리와 함께 


“불렀어?” 


경계심인지 귀찮음인지가 가득한 남자 목소리, 물 위로 올라온 누군가. 

 


“초록색이다!!!” 

코우의 괴성. 


세 사람(아니, 두 사람과 하나의 초록색)을 드넓게 감싸고 있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붉은 하늘빛. 

갓파 촌장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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