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의 후회

00. 프롤로그

by 정균

2016년, 산업디자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나는 몰아치는 과제와 삭막한 환경에 못 이겨 아무 계획 없이 학업을 포기한다. 일상에서 미적 요소를 중요시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디자인'이라는 그 이름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정서에 혹하여 입학을 결심하였지만, 감성과 운치가 넘칠 것 같았던 나의 대학시절의 환상은 현실에 의해 실타래 풀리듯이 천천히 날아갔고, 나는 아무 계획 없이 자퇴를 하게 된다.


알바일을 전전하다가 청소년 시절 해외에서 생활한 이력을 업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영어교사일에 발을 들인다. '미래에 대한 생각과 정리 없이 자신도 모르게 커리어의 시발점이 찍어지는 경우가 이런 식으로 존재할 수 있구나'를 나중에 깨달았다.


아무튼, 가정방문교사로 시작하여 여러 어학원 및 단과학원을 돌아다니며 버텨온 나는 지금 어느덧 5년 차 영어강사가 되어있다.

다섯 해 동안 나는 현 직장 포함 9군데의 영어 교육장에서 일을 하였으며, 이것은 절대로 좋은 이력이 아니다.

당연하겠지만, 한 군데에 꾸준히 있지 못하고 여러 곳을 몇 개월 단위로 떠돌았다는 것은 나를 생각하는 채용자의 마음에 절대 악영향을 끼친다.


디자인 전공하다가 자퇴한 학생이 기본기도 없이 외국생활을 했다는 바탕 하나로 마구잡이로 그 바닥에 뛰어들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게 당연한 결과다. 나는 14살부터 20살까지 만 6년을 미국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절대 착각은 금물이다. 그 이력을 바탕으로 생각 없이 영어교사생활 시작하면.. 작살난다.


엄연히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이고, 머리 크지 않은 인격체들에게 특정 지식을 동원해 가르침을 주는 일이기에, 평균 이상으로 성숙한 마음과 인성을 소유하지 않으면 해내기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일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의 나는..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5년 동안 수많은 흑역사와 피해자들의 기록을 차곡차곡 쌓게 된다.

내가 신중하지 못해 저질러서 후회를 남긴 나의 흑역사들, 그리고 나로 인해 상처를 입은, 정말 미안한 아이들..


그들을 회상하고 나 자신을 반성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내가,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